김연명 교수 "한국, 기초·국민연금 세계 최하위…노인빈곤율 50% 당연"
국내 최고의 연금 전문가 명성…"연금 사각지대 문제의 핵심은 노동시장 구조"
"2060년 연기금 고갈은 불가능…장기적으로 보험료율 인상 불가피"
2016-09-27 13:22:17 2016-09-28 10:43:08
[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보건복지부에서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연금제도를 개편하려 할 때마다 거침없이 쓴 소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공적연금의 보장성, 가입률, 기금운용방식까지 김 교수에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운영개선위원회,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 기구,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에서 활동했던 연금 전문가다. 김 교수의 발자취를 쫓으면 참여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는 급여액 삭감을 추진하는 정부·여당과 대립했었다.
 
김 교수는 공적연금을 공적연금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여액을 높여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이 가능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가입자에게 부담을 덜 주는 방향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해 연기금 고갈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연기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이하 일문일답.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진/김연명 교수 제공
 
-우리나라에서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지.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은 ‘A값(올해 210만5482원)’의 10%로 설계됐다. A값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 월평균 소득 평균치다. 그런데 기초임금과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보면 기준이 A값이 아닌 근로자 평균임금이다. 이 기준으로 평균소득 대비 기초연금 수준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 꼴찌다. 소득보장 기능이 거의 없다. 국민연금 또한 2013년 7월 기준으로 20년 이상 가입자가 월평균 84만4000원을 가져갔는데, 이는 사학연금 등의 30% 수준이다. 1인 최저생계비가 60만원을 넘는데 우리나라는 기초연금도 꼴찌, 국민연금도 꼴찌다. 노인빈곤율이 50%인 게 이상한 상황이 아니다.
 
-제도를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분리 운영하는 게 효율적인지 궁금하다.
 
과거에는 소득보장형 연금만 운영하는 나라와 소득비례형 연금만 운영하는 나라가 구분돼 있었지만 1980년대 이후로는 경계가 희미해졌다. 많은 나라에서 소득보장형 연금과 소득비례형 연금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함께 존재한다. 이를 다층연금제도라고 한다. 특정 연금에 부담이 몰리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서로 다른 성격의 연금들이 보완 작용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사실상 기초연금만 두 개가 있다. 국민연금은 급여액이 적어 소득비례 역할을 못 한다. 퇴직연금은 가입자들이 중간에 다 써버려 연금으로 활용되지 않고, 개인보험은 유지율이 낮아 가입자들에게 오히려 손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급여액뿐 아니라 가입률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연금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가입해야 한다. 문제는 노동시장 구조다. 납부예외자와 지역가입자 중 장기체납자 합계가 600만명 가까이 된다. 전체 가입자 중 25% 정도가 보험료를 못 내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체의 비정규직은 국민연금 미가입률이 50%를 넘는다. 임금에서 사회보험료를 떼면 가져가는 돈이 얼마 안 되다 보니 사업주와 합의로 가입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기여회피라고 한다. 이대로라면 20~30년 후 전체 노인인구 중 30% 정도는 연금을 못 받는다. 노동시장 문제는 연금 사각지대 문제의 핵심이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상위 30% 노인이 제외되는 건 문제가 없는 것인지.
 
부자들에게도 기초연금이 필요한가. 그 사람들은 20만원이 없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위 70%에 연금이 지급된다. 이 정도면 준보편주의다. 호주에서도 고소득자는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캐나다는 우선 연금을 지급하고 고소득자들에 대해서는 연말에 세금으로 환수한다. 급여액 차등도 하위 65~70% 구간의 소득 역진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다. 문제는 기초연금이 제 기능을 못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정부 들어 기초연금을 물가에 연동시키고 있다. 이렇게 2030년대 중반이 되면 A값에 연동할 때보다 기초연금의 실질적 가치가 떨어진다. 물가연동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건 기초연금을 없애겠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연기금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수익률을 어떻게 올릴 수 있나.
 
연기금의 수익률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기금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오히려 연기금의 수익률이 오르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연기금이 돈을 많이 벌었다는 건 누군가 잃었다는 의미다. 주로 개미주주들이 손해를 볼 것이다. 또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높아진다. 2008년 스웨덴은 30% 가까운 손실을 봤고, 같은 해 우리나라도 연기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금은 돈이 쌓이는 기간이기 때문에 손실을 봐도 연기금의 파이가 늘지만, 빠지는 시기에 손실을 보면 회복도 불가능해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정부는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추진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일지.
 
정부 논리의 핵심은 국민연금에 대한 정치의 개입(폴리티컬 리스크)을 줄이기 위해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독립이 되겠느냐. 근본적으로는 공공경영 구조를 바꿔야 한다. 현 구조를 유지하면서 독립만 시키면 폴리티컬 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분하에 시장의 개입(마켓 리스크)을 허용할 수 있다. 금리조정 시기에 민간에서 인하론을 부채질하면 중앙은행이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과 같은 그림이다. 시장권력의 요구대로 기금이 움직일 것이다. 기금을 정치, 시장으로부터 독립시켜야지 공단에서만 독립시킨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일각에선 2060년 연기금이 고갈돼 연금 지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우선 2060년 연기금이 고갈되는 건 불가능하다. 장기추계대로면 2040년 연기금이 국내총소득(GDP)의 50%에 이르는데, 연기금의 자산은 대부분 주식과 채권, 부동산이다. 그런데 모든 자산을 20년 만에 처분한다? 그렇게 되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되겠냐. 이건 그림으로만 존재하는 시나리오다. 고갈시점을 2100년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다. 일본도 2105년 1년치 적립금을 갖도록 제도가 재설계됐다. 우리도 부분적인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연금제도의 목적은 노후 빈곤을 방지하는 것이지, 연기금을 쌓아놓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보험료를 어느 수준까지 올려야 할지.
 
보험료를 얼마나 올리느냐보다 언제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올리려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기금자산이 더 커져 또 다른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2020년대 후반부터 조정해도 큰 무리는 없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가입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 사용자와 근로자가 각각 임금의 4.5%씩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여기에 8.3% 수준인 퇴직급여(사용자 부담분)의 일부를 국민연금으로 돌리면 가입자가 받게 될 퇴직금은 줄겠지만, 임금수준을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필수재라는 인식이 약하다. 개인연금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현 상황에서 개인연금은 국민연금의 보완재나 대체재가 될 수 없다. 개인연금은 사업비 비중이 높아 원금이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도입 초기에는 7년 유지율이 30% 정도밖에 안 됐다. 보험사들이 가입자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준 것이 아니라, 가입자들이 보험사들의 배를 불려준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에서도 개인연금으로 노후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개 기업연금이 공적연금을 보완한다. 개인연금에 대한 규제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
 
-최근 연기금 공적투자 논쟁이 뜨겁다. 기금을 임대주택 등에 투자하는 것을 어떻게 보는지.
 
한 가지 모형은 지방정부·공사에 시장 유통이 제한된 특별채권을 발행하게 해 그걸 국민연금이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자는 국공채 평균수익률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고, 지방정부와 지방공사는 싼 이자로 자금을 확보해 공공임대주택, 국공립병원, 어린이집, 요양시설을 지을 수 있다. 이런 시설들은 설치비용만 투입되면 자체 수익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수익률이 금리보다만 높으면 손해가 아니다. 국토부에서는 임대주택이 손해라고 하는데, 그건 임대기간 만료 후 분양수익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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