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 지난 2014년 12월30·31일, 당시 한국전력 중부건설처장 등 4명은 ‘업무협의’ 명목으로 출장비를 수령하고 법인카드로 식비를 결제했다. 그러나 이들 4명은 실제로는 문상 등 개인적인 업무를 본 후 모 지역 토건업체 사장과 식사 후 노래방에서 도우미 2명을 대동하고 양주 등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접대비용은 토건업체 사장이 결제했다.
과거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끊임없이 지적된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의 기강 해이와 허술한 내부통제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5일 “한전이 지난해 1월 실시한 자체감사 결과, 2013년 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사용제한 업종에서 결제된 법인카드 사용액이 1744만2500원(59건)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 중 상당수가 한전 본사가 서울 삼성동에 있던 시절 인근에 있던 ‘오바’와 ‘조이’ 등 직원들의 단골 술집에서 결제됐다. 술집 외에도 법인카드를 이용해 화장품(22만원)과 MP3플레이어(18만8900원), 넥타이(18만5000원) 등을 사적으로 구매한 사실도 있었다.
이 같은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이유로 이 의원은 “직원 수가 2만380명인 한전이 법인카드를 1만3365장 발급해 과다 사용 중인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직원 수 1만1464명인 한국수력원자력의 법인카드 보유량이 1979장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직원들의 비위행위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이 취약하고 적발 후에도 후속조치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민주 김경수 의원은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징계위원회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년 간 내부 임직원으로 징계위를 구성해왔다”고 말했다.
한전은 인사관리규정을 통해 임직원 징계사유 발생 시 징계위 구성을 명문화하고 있으나 외부위원 위촉은 필요에 따른 임의규정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4년 9월30일 이후로 열린 2급 이상 간부 대상 전체 22차례 위원회 중 6번만 외부위원을 위촉했다. 나머지는 전원 내부 직원들로만 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실상 위원장과 위원 전원을 내부 직원들로 구성한 후 징계 심사를 한 것이다.
내부 직원들에 의한 ‘온정적’ 심의 결과 지난해 금품수수 등으로 징계위에 회부된 한전 간부들이 심사 과정에서 인사위원회 규정에 근거도 없는 공적을 인정받아 징계를 감경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임의 규정으로 되어있는 징계위 외부위촉 규정을 강제 규정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징계결정 후에도 봉사활동을 한 경우 경감해주는 제도도 최근까지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찬열 의원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달 말까지 징계처분을 받은 소속직원이 처분일로부터 1년 이내에 견책은 100시간, 감봉 200시간, 정직 400시간의 사회봉사를 한 경우 징계를 감경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이 의원은 “사회봉사를 한다고 징계를 감경해주는 것은 봉사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며 징계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과도한 제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한전이 자체 청렴도 조사 전, 조사 대상인 민원인의 번호를 직원 지인 번호로 바꿔치기해 조사결과를 왜곡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한전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청렴도 조사에 대비해 매년 두 차례 자체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는 성과급 차등 지급을 위한 평가 항목 중 하나로 이용하고 있다.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은 “자체 평가 후 등급을 매길 때도 전체 부서 평균이 높으면 낮은 등급을 받은 부서까지 S등급을 주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며 “조사방법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조직 내부문화 개선과 윤리의식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4년 12월23일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청렴윤리 다짐대회'에 조환익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1000여명이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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