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물류대란, 제2의 키코 우려
피해금액 7000만달러로 급증…중소기업에게는 '재앙'
2016-09-07 18:15:14 2016-09-07 18:17:35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발생한 물류대란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2008년 우량 수출 중소기업들을 줄도산시킨 ‘키코(KIKO, 환헤지용 통화옵션 상품)’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는 7일 “오전 9시 기준 신고된 피해 건수는 총 161건으로 전날 119건에 비해 26.1% 증가했다”고 밝혔다. 피해금액도 4000만달러에서 7000만달러로 급증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한진해운에 짐을 맡긴 화주는 8300여곳, 화물가액으로는 15조6000억원에 달해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진해운 사태 관련 긴급 한국화주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중소기업계 사정이 급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 등 일부 글로벌 대기업은 해외 물류창고도 있고 손해를 감내할 여력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며 “납기 지연, 바이어 이탈 등으로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탈리아산 초콜릿을 냉장 컨테이너로 수입해 국내 유통하는 N사의 경우 이번 사태로 제품을 실은 배가 중국 상하이 인근을 표류 중이다. N사 관계자는 “9월말 입고를 약속했는데, 상황이 지체돼 납품을 못하고 있다. 뒤늦게 들어와도 납품할 수 없는 상태”라며 “거래처간 신뢰는 물론 선지급된 라이센스비, 수입대금 등 자금 압박이 가중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운임 상승도 이어지고 있다. 당장 한진해운을 이용하던 기업들이 서둘러 다른 선사를 이용하면서 일종의 ‘급행료’가 붙어 평소보다 40~50%, 최대 3~4배 비싼 운임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한진해운 퇴출 시 국내 수·출입 화주들이 매년 4407억원의 운송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과 국내 화주 대표들은 이날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긴급 한국화주협의회를 열고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특단의 실효성 있는 조치가 없을 경우 중소 수출업계는 물론 수출 대기업도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채권단, 한진해운과 한진그룹은 우리 무역이 더 이상 힘을 잃지 않도록 신속하게 행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한진해운의 모든 선박과 화물 정보 투명 공개 ▲정확한 물류 정보를 토대로 한 정부·채권단·한진해운·한진그룹의 수출물류 정상화 방안 조속한 수립 ▲신속한 대체 선박 확충 ▲물류대란의 재발 방지를 위한 물류 대응 시스템 구축 등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경제 숨통을 정부와 채권단 등이 스스로 조른 셈”이라며 “당장 발생한 피해도 막대하지만 향후 발생할 잠재 피해는 계산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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