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수연기자]
국내 게임산업이 최근 해외시장 개척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이해 부족’과 ‘사행성’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 점차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을 이끌 차세대 산업으로 우뚝 서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 게임회사들의 역습과 해외 각국 정부의 자국 게임 산업 보호정책으로 해외 시장에서 국내 게임사들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임산업이 ‘재고가 남지 않고, 아이디어로만 승부하는’ 그야말로 ‘미래의 먹을거리’로서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국가 차원의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5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주]
'내수 8조원, 수출 2조원!'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내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내세운 목표다.
수출 2조원은 전자나 자동차산업으로 보자면 100억달러에서 200억달러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비교해서는 안된다. 휴대폰이나 자동차산업은 부속품과 각종 로열티 비용을 여기서 빼야 하지만, 게임은 대부분이 수익이다. 산업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실제 ‘2009년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게임수출은 2007년에 비해 40%가 증가한 10억9386만달러를 기록했다. 지금 기세대로라면 내년 2조원 수출은 그리 어렵지 않은 목표다.
'사행성'이나 '게임 중독' 등 부정적 평가만 받아왔던 게임산업이 이미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효자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 온라인게임의 눈부신 도약
특히, 온라인게임을 앞세운 게임업체들의 해외 성과가 눈부시다.
온라인 게임의 지난해 수출액은 10억673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97% 이상을 차지했다.
실제 대표 온라인게임 업체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처음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액을 넘어섰다. 북미 242억원, 일본 233억원, 유럽 170억원, 대만 89억원, 로열티 130억원을 기록해 해외매출이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지난해 게임업체 매출 1위를 기록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는 올해 중국과 일본에서만 총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주력 퍼블리싱 게임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해외 수출 확대로 매분기100억원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인데, 해외사업은 3분기 183억원의 이익을 달성했다. '크로스파이어'의 경우 중국 동시접속자수 150만명을 돌파했고, 베트남에서도 동시접속자수 10만명을 넘어서는 등 해외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수출국도 미국, 유럽, 대만 등으로 예년에 비해 더욱 다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비중으로 볼 때 중국과 일본은 여전히 각각 20%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이 놓쳐서는 안될 시장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들 게임시장에서 우리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성공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중국, 지칠 줄 모르는 성장세
이미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 1위인 중국은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조사업체인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약4조8000억원이었던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매년 35%씩 성장해 2012년이면 약 15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7년 70%의 성장률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률이 차츰 둔화되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 성장률에 비하면 여전히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샨다게임즈의 CEO 다이애나 리는 “IDC 등 미국 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향후 5년 내에도 매년 18.4%의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며 “전세계 게임 시장의 성장률이 17.7%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은 더 빨리 성장할 것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중국 내 초고속 인터넷 망의 확산과 정부의 지원 정책도 온라인 게임 산업의 성장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2012년에는 지방 중소형 도시에도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내수 진작을 위해 중국 정부가 펼치고 있는 '가전하향' 제도로 농촌지역내 인터넷 사용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전하향’은 농민이 지정된 가전제품 구입 시 중국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주는 제도다. 올해 2월부터는 컴퓨터 등으로 품목을 늘리고 대상 지역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면서 농촌 지역에 컴퓨터 보급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중국 도시인구와 농촌인구의 비율은 각각 44.9%와 55.1%로 농촌 인구가 더 많다. 이에 반해 인터넷 이용자 비율은 각각 71.6%와 28.4%다.
쑤펑차오 아이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인터넷 기초 환경 인프라의 개선과 함께 중국에서 브로드밴드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특히 농촌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점차 높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제 발돋음하는 일본.."큰 가능성"
세계 게임시장의 선두주자인 일본은 온라인게임에 있어서는 성장 초기 단계이지만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요지가와구치 일본온라인게임협회 사무국장은 “일본의 온라인 게임 시장은 2003년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미미한 규모이지만 매년 120% 정도씩 성장하고 있다”며 “2007년도에는 110%정도로 떨어졌지만 다른 콘텐트 시장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케이드게임과 비디오게임이 강세인 일본에서 온라인게임시장 규모는 전체 게임 시장 규모의 5.71%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게임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케이드게임과 비디오게임은 지난해 2007년에 비해 각각 27.7%, 22.9%나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게임은 지난해 3.1%의 성장률을 유지해 2011년에는 10억1200만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콘솔게임 등을 즐기는 게임 매니아층이 많은 만큼 온라인게임을 즐길 잠재 수요층도 큰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김봉석 넥슨재팬 사업부 부장은 “콘솔 게임 유저들을 온라인 게임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무조건 무료가 아니라 돈을 내고도 즐길만한 시장이라는 걸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높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1인당 한달에 4800엔 정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지가와구치 사무국장은 “일본 사람들의 게임 아이템 구매 비용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며 “일본사람들은 오타쿠들이 많아서 구매력 높은 큰 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업체들 선두유지 중..기술격차 줄어 위기감
아직까지는 해외 온라인게임시장에서 한국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해외 온라인게임업체와 한국 업체들간의 기술격차가 매년 줄어들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다.
중국 현지 게임개발 업체들의 자체 개발 능력이 향상되고 있고, 2007년부터는 일본 중국 대만 타이틀의 인기 역시 높아지고 있다.
쉬펑짜오 중국 아이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한국게임이 문화적 측면에서 중국과 비슷하고, 그래픽 등이 뛰어나 중국 온라인 게임 탑10에 5개를 차지하는 등 아직까지는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중국 시장에서 일본이나 대만 게임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요지가와구치 일본온라인게임협회 사무국장은 “일본 현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게임업체들 대부부분이 대기업들로 일부 작은 기업들은 우려스럽다”며 “자체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 기업들에게 뒤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 온라인게임은 일본시장에서 60%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대만과 중국 등에서 온라인게임이 들어와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현 엔씨재팬 경영기획팀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국가들의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렇지만 서버기술, 네트워크 기술, 급격한 동시접속자수 증가시 안전성 관리 등은 한국을 따라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온라인 게임이 성공하려면 콘텐트 경쟁력과 소프트웨어적인 면을 동시에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일본과 달리 한국기업이 외자 형태일 경우 중국 내 직접 서비스를 할 자격을 가질 수 없어 사정이 좀 다르다.
권기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중국 정부가 외자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운영이나 서비스 노하우보다는 결국은 콘텐트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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