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커플매니저가 회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냈더라도 회사가 업무와 실적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관리했다면 커플매니저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판결이 나왔다.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인정되기 때문이라는 게 판결 취지다.
A씨는 2013년 8월 결혼정보회사인 S사 커플매니저로 입사했다. 당시 S사가 한 취업정보 사이트에 낸 상담사(커플매니저) 모집공고에는 ‘정규직·주 5일’, ‘기본급 50~90만원’, ‘가입건당 수당 65만~100만원’, ‘4대 보험 가입’이라고 돼 있었다.
결혼 상대자를 찾는 사람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이 주 업무였으며, 출근해 지정된 자리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 5일 일했다.
그러나 S사는 채용공고와는 달리 A씨 등 커플매니저들과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맺었으며, 이들을 4대보험에 가입시키지도 않았다. A씨 등은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를 납부했다.
입사 후 처음 3개월 동안에는 기본급 50만원을 지급받았고, 그 이후에는 기본급 없이 회원유치와 결혼성사 실적에 따라 성과수당과 성혼사례비만 받았다.
그러던 중 A씨는 직무능력·성과 부족, 업무지시 불복종 등을 이유로 입사한 해 12월에 해고됐다. 회사는 A씨가 회원정보를 외부에 유출해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는 점도 해고사유로 들었다.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에 구제를 신청해 이겼다.
S사가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도 S사가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고, A씨는 해고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이에 S사가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장순욱)는 S사가 “부당해고를 구제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S사가 업무내용과 근무시간, 근무장소를 정했고 회원유치 실적을 관리하며 성과수당 등을 지급했다”며 “커플매니저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과급 형태의 금액 역시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해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서의 성격이 반드시 부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S사가 A씨의 근로자성을 부인한 근거로 제시한 ‘도급계약’과 ‘사업소득세 납부’에 대해서도 “S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위치에서 최소한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상담사들을 사용하기 위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들”이라면서 “이를 이유로 상담사들의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S가 해고사유로 든 회원정보 유출에 대해서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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