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정치공작" vs 비박 "양심선언"
공천 개입 녹음파일 공개로 새누리당 '내전' 최고조 달해
2016-07-20 16:42:37 2016-07-20 16:45:32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최경환 의원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총선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친박계와 비박계 간 원색적인 설전이 펼쳐지고 있다. 친박계는 전당대회 직전 녹음파일이 공개된 것에 초점을 맞추며 비박계의 정치공작이라고 역공을 펴고 있다. 비박계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며 검찰 고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녹음파일 여파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왜 이 시점에서 그런 문제가 나오는 건지, 음습한 공작정치의 냄새가 나는 그런 것들이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그런 일들이 간혹 있었지만 당내 중요한 시점에 이런 일이 벌이진 데 대해 자괴감을 느끼고, 오래 정치하면서 별꼴을 다 본다”고 비박계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 그때는 내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어느 세력에 의해 주도가 됐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그런 것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폭로가 되었는지 참 궁금하다”고 했고, 김태흠 의원도 “이런 부분들이 몇 달이 지난 후 전당대회 직전에 폭로된 게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부분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비박계는 어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종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내가 보기에는 (최경환 의원 등이 지역구 이동을 압박한) 김성회 전 의원이 (녹음파일을 공개해) 상당한 양심선언을 한 것”이라며 “그게 무슨 공작이냐”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소위 진박마케팅 하면서 공천도 주무른 것 아니냐”며 "공작정치란 말은 전혀 맞지 않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당권 주자인 김용태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스스로 진상을 실토하고 자숙해야 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되겠느냐”며 “백배 사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특히 “당이 이 문제로 거의 엉망이 됐다. 더 이상 우리가 덮고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빨리 문제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혁신비대위가 법률 검토을 거쳐 검찰에 고발하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는 마지막 카드인 홍문종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녹음파일 후폭풍에도 당권을 절대 비박계에 내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당권을 놓치면 내년에 있을 대권 경쟁도 놓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친박계는 멸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 의원은 이날 출마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출마 51%, 불출마 49% 쯤이다. 주말 전에 결론 내야 한다”며 “집(당)이 어려우니까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과 서청원 의원까지 친박계 핵심들의 당대표 선거 출마가 좌절되자 자신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녹음파일 파문을 계기로 새누리당 당원이 비박계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수세에 몰린 친박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결집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홍 의원도 이런 분위기를 읽고 있다는 평가다.
 
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항마로 거론되던 나경원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박계가 수세에 몰리면서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비박계가 당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계파 패권주의를 종식하는 전대가 되어야 한다. 그런 토양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며 “건강한 개혁세력이 탄생하는 데 역할을 할 부분이 있으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긴급현안질문에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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