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의 공시Story)정체성 잃은 행남자기, 어디로 가나
도자기 회사서 바이오·IT사업 진출 선언…잦은 최대주주 변경으로 경영권 혼란
2016-07-04 16:20:20 2016-07-11 16:26:00
[뉴스토마토 박기영기자] 도자기 업체인 행남자기(008800)가 바이오, IT분야 등에 진출을 선언하고 보유 중인 신문사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 11월 최대주주등 경영진이 교체되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활동 역시 활발해 시장의 관심도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추진 중인 사업들 간 연관성이 적어 최근의 행보가 단순 주가 부양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잦은 경영권 변동에 신사업 진출 활발 
 
행남자기가 지난달 30일 처분하기로 결정한 예향광주일보 주식은 보유 지분 51%(4080만주) 중 49.5%(3960만주)로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했다. 예향광주일보는 김용주 전 행남자기 회장이 지난해 8월 효성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광주일보 신문사업부 영업양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예향광주일보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당기 순손실 1억600만원, 9800만원을 기록하고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91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행남자기는 광주일보 인수 직후부터 1년 새 대표이사와 최대주주가 2번씩 교체될 정도로 혼란을 겪었다. 김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18일 인터넷방송 등을 주사업으로 하는 ‘더미디어외 11인’과 진광호씨에게 행남자기 지분(각각 25.75%, 11.03%)을 넘기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으나, 이 계약은 올해 1월19일까지 7번이나 정정공시를 거쳤다. 결국  더미디어 법인은 양수인에서 제외되고 반경수 더미디어 대표이사 외 16인이 최종적으로 지분을 인수했다. 
 
최대주주 변경을 비롯한 경영진 교체가 공식적으로 이뤄진 것은 지난 1월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이며, 반경수 대표이사가 지분 9.68%를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이사진 역시 대거 교체됐으며 정관 변경을 통해 바이오, 엔터 부문 등 사업다각화를 결정했다. 
 
이어 행남자기는 지난 5월 도소매(음료의류잡화 외)를 주사업으로 하는 와이디통상이 유상증자와 장외매매를 통해 지분을 취득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됐고, 지난달 23일 샤오미 한국총판인 ‘코마트레이드’ 지분 30%를 취득했다. 
 
결국 도자기 회사였던 행남자기는 바이오업계 등에 진출을 결정한데 이어 음료·의류 도소매 업체가 최대주주가 됐으며  IT, 전자 업체인 샤오미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가 된 것이다.
 
“현금은 없고 계약서만 한 가득”
 
행남자기는 최대주주와 주요주주들의 지분변동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새로운 사업 진출 등을 결정했지만 현금유동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더미디어는 당초 행남자기 지분 36%를 인수하려던 계약과 달리 인수 지분이 8%대에 그쳤다. 
 
행남자기의 예향광주일보 지분 매각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큰 변화가 없다. 예향광주일보 주식 3960만주(지분49.5%)의 처분가는 39억7941만원으로 사실상 지난해 8월 4080만주를 40억8000만원에 매입한 가격(주당 100원) 그대로 처분했다. 이에 대해 행남자기는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라며 "현금유동 없이 채무인수약정에 의해 장기채무가 감소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행남자기의 부채는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343억7511만원으로 자기자본(331억3089만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중 단기차입금과 비유동부채가 각각 166억4350만원, 114억842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공시한 코마트레이드 지분 인수 역시 마찬가지다. 코마트레이드 주식 30만주를 51억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지만 이는 코마트레이드의 지분 30%를 전환사채를 발행해 서로 교환한 것이다. 코마트레이드는 지난 3월 공식적으로 샤오미 총판이 된 업체로 지난해 기준 총자산 8억900원, 매출액 11억66만원 규모 회사다. 
 
행남자기 주가 추이. 그래프/네이버 증권 캡처
 
시가총액 6개월새 71% 증가
 
경영권 변동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이 행남자기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액면분할한 주식이 변경상장한 올해 3월4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역사상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여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경고종목에 지정되고 3일 연속 매매거래정지가 예고됐으며, 현저한 시황변동 관련해 조회공시도 요구받았다.
 
또한 반경수 더미디어 대표가 최대주주로 교체된 지난 1월8일부터 4월19일까지 시가총액이 125% 증가했다. 이후 시총은 다소 하락세를 보였지만 예향광주일보 매각일(지난달 30일)에도 1402억2331만3395원으로 1월 대비로 71% 가 넘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행남자기가 지난해 11월부터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등을 통해 모은 자금은 159억원 수준(코마트레이드 지분 취득분 제외, 실제 발행 증권 기준)이다. 이는 행남자기의 신사업 진출 자금원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신사업 간의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행남자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면서 “신사업 진출이 활로가 될 수 있지만 추진하겠다는 사업들의 연관성이 적어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박기영 기자 parkgiyoung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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