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새로운 토종 보톡스(보툴리눔톡신) 제제(
약품을 가공, 치료 목적에 맞게 일정한 형태로 만듦)가 연말에 출시될 것으로 보여 시장이 재편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메디톡스(086900)가 최근 허가를 받은 '코어톡스'는 반복적으로 시술을 받았을 때 효과가 떨어지는 부작용을 개선한 제품이다. 다만 시장성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 24일 코어톡스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사측은 가격 책정,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거쳐 올해 안에 발매한다는 계획이다.
보톡스는 주름개선뿐만 아니라 안검경련(눈 떨림)과 사시 교정, 뇌졸증 후 상지(허리위) 경직, 신경인성 요실금, 과민성 방광, 겨드랑이 다한증, 만성편두통 등 치료제로도 사용된다. 국내에선 1000억원대 시장에서 주름개선이 90%를 차지한다. 시장은 메디톡스(메디톡신, 이노톡스)와
휴젤(145020)(보툴렉스)이 각각 40%, 30%씩 점유해 양분하고 있다. 나머지 시장을 엘러간(보톡스),
대웅제약(069620)(나보타), 멀츠(제오민), 입센(디스포트) 등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약효보다 가격 경쟁력 위주로 시장 판도가 형성됐다. 10여년 전에 오리지널격인 엘러간의 '보톡스'가 국내 출시됐을 때만 해도 제품 가격이 50만원(공급가)대 고가였다. 토종 보톡스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시장 주도권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꼈던 소비자들은 비싼 외산 제품보다 저렴한 토종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외산 제품들은 시장에서 밀려났고, 토종 제품들이 점유율을 높여갔다. 보톡스 제제의 공급 가격은 해마다 떨어져 현재 최하 4만~5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저가 정책 중심으로 변화하는 국내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외산 제품들은 고전을 거듭했다. 급기야 란저우의 'BTXA', 솔스티스 뉴로사이언스 '마이아블록'은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2014년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대웅제약이 보톡스를 미래먹거리로 키우겠다며 대규모 공장을 세웠고, 피부미용 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휴온스(084110)도 자체 제품을 개발 중이어서 경쟁은 더욱 가열 양상이다.
여기에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코어톡스의 등장으로 경쟁사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코어톡스는 내성을 유발하는 복합단백질 등을 제거해 효과를 높인 제품이다. 보톡스는 보툴리눔이라는 신경독소가 주성분이다. 반복적으로 보톡스를 맞으면 독소에 내성이 생겨 주름 개선 등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게 메디톡스의 설명이다. 보톡스의 주름 개선 효과 기간은 2~3개월 정도로 알려진다. 주기적으로 시술받는 소비자는 1년에 2~3번씩 보톡스를 맞는다.
코어톡스처럼 내성을 줄인 제품은 2009년 국내 출시된 멀츠 '제오민'이 있다. 외산 제품인 제오민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상위권 도약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내성의 잠재 위험성을 줄인 제품의 수요가 늘면서 매년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경쟁사에선 지난해 100억원 이하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코어톡스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것으로 보여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내성을 줄인 보톡스의 실효성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 차이가 있다. 내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시각과 대용량이 투입되는 치료 목적과 달리 주름개선 시술은 소량만 투입되기 때문에 내성 발현률이 극히 낮다는 주장으로 엇갈린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보톡스는 반복 시술을 하기 때문에 내성이 생길 수 있다"며 "적절한 투여시기, 용량 등을 잘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대학병원 피부과 모 교수는 "보톡스를 치료제로 시술하는 경우 대용량이 사용돼 내성이 생길 수 있지만 주름개선으로 처방되는 용량은 소량이어서 내성 발현 가능성이 낮다"며 "투여 용량은 치료 목적이 주름개선의 20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외 논문에 따르면 50명의 환자에게 보톡스를 치료 목적으로 시술했을 때 6.6%에서 내성이 생겼다. 미용 목적으론 전세계적으로 조사된 결과가 없다. 글로벌 보톡스 시장은 3.5조 원으로 추정된다. 처방 비율은 치료제와 피부미용이 각 50%씩이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