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차곡차곡 지도자 경력을 쌓고 있는 황선홍(48) 감독과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FC서울이 행복한 동행에 들어간다. FC서울은 지난 21일 최용수 감독의 장쑤 쑤닝(중국)행 직후 '야인'으로 축구 공부에 한창이던 황선홍 감독을 신임 감독에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018년까지 2년6개월이다.
황 감독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성남FC전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포항스틸러스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약 7개월 만의 현장 복귀다. 황선홍 감독은 그간 유럽 축구 현장을 다니며 새로운 축구를 구상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던 중 귀국해 지난 26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성남FC와 울산현대의 경기를 보는 등 전력 분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황선홍 감독은 서울이 자신한테 무엇을 기대하는지 잘 안다. 서울은 기업 구단이자 수도를 연고로 하는 구단인 만큼 K리그 정상을 넘어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첫째로 놓겠다는 게 황 감독의 각오다. 황 감독은 지난 27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리그, FA컵, ACL 중 ACL 우승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임 최용수 감독이 수차례 밝힌 "목표는 ACL 우승"과도 일치한다.
실제로 서울은 지난 2013년 ACL 결승에 올랐으나 광저우 헝다(중국)에 1~2차전 합계 스코어 2-3으로 패하며 우승컵을 내줬다. 막대한 '중국 머니'로 무장한 광저우와 비교해 선수들 몸값부터 엄청난 차이를 보였으나 서울 입장에서 창단 첫 ACL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는 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침 올 시즌 서울은 데얀, 아드리아노, 박주영으로 이어지는 최고의 공격진을 바탕으로 선두 전북현대(승점32)에 이어 K리그 클래식 2위(승점30)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ACL과 FA(대한축구협회)컵 모두 8강에 올라 있어 황선홍 감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황 감독도 자신의 지도자 경력에서 유일하게 차지하지 못한 ACL 우승컵이 탐나긴 마찬가지다.
황선홍 감독은 국가대표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다 은퇴 이후 전남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하며 다소 경력에 비해 낮은 위치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급한 길을 택하지 않고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배워 2008년 부산에서 첫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2011년부터는 포항을 맡아 본격적으로 지도자로서의 꽃을 피웠다. 포항 재임 시절 황선홍 감독은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FA컵 우승을 차지했으며 2013년에는 K리그 클래식 우승까지 달성해 '더블'을 이룩하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외국인 선수 한 명도 없이 팀을 이끌어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보여줬다"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 포항의 세밀한 축구와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공격해 들어가는 모습은 '스틸타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황선홍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큰 꿈을 갖고 시작했다. 코치부터 한 발 한 발 꿈을 위해 전진해 왔다"면서 "이번에 서울 지휘봉을 잡은 것도 그 꿈 안에 포함돼 있다. 꿈을 위해 피하기보다는 맞닥뜨려야 하는데 최대한 잘해서 능력을 검증받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의 꿈인 ACL 정상과 황선홍 감독의 큰 꿈을 위한 과정에 있는 ACL 우승 염원이 제대로 만난 셈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FC서울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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