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일본의 지난 1분기(1~3월·회계연도 2015년 4분기) 경제 성적표가 발표됐다. 예상과는 부합하는 수치로 지난 3개 분기보다는 개선된 수치가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향후 전망이 어둡다며 안도보다는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엔화 강세로 일본의 수출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마땅히 내놓을 대책도 없다는 지적이다.
1분기 GDP 성장률 연율 1.9%로 상향
8일 일본 내각부는 1~3월 국내총생산(GDP) 확정치가 전분기에 비해 0.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전망치 0.5% 증가와 부합하는 것으로 예비치 0.4% 증가보다 개선된 것이다. 1분기 GDP 확정치는 연율 기준으로도 1.9%를 기록하며 예비치 1.7%보다 상향됐다.
특히 이 기간 자본 지출 감소폭이 예상보다 줄어들며 GDP를 끌어올렸다. 예비치에서 자본 지출은 1.4% 감소를 기록했지만 확정치에서 이는 0.7% 감소로 줄어들었다.
GDP의 6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 역시 0.6% 증가하며 예비치 0.5% 증가보다 개선됐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이에 따른 지표 개선은 미미하고, 지난 2월 4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윤년으로 인해 며칠이 늘어나면서 GDP가 개선됐다고 꼬집었다.
슈지 토노우치 미츠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선임 전략가는 “윤년 효과를 빼게 된다면 GDP 성장은 0.2%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4월 무역수지는 6971억엔을 기록하며 전월 수치 9272억엔과 전문가 예상치 9190억엔을 모두 하회했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는 1조8785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것이긴 하나 전달 수치인 1조9000억엔과 시장 예상치인 2조3000억엔에는 못 미친 것이다.
지표 개선에도 전문가들 “경제 전망 여전히 어두워”
GDP 확정치가 예비치보다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여전히 일본 경제 전망이 어둡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엔화 강세 등으로 수출 경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여전히 일본 경제는 진흙 속에 빠져있다”라고 지적했고 현재 분기와 다음 분기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주미 데발리어 HSBC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내수가 어느 정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긴 하나 수출이 너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엔화 강세가 수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분기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7%나 급등했다.
코야 미야매 SMBC니코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GDP가 개선되긴 했지만 앞으로 일본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만한 동력이나 모멘텀이 없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토노우치 전략가 역시 “현재 분기 성장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은행(WB)은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0.5%로 제시했는데 이는 앞서 제시했던 수치보다 각각 0.8%포인트, 0.4%포인트 큰 폭으로 낮춘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일본 경제는 3년 연속 1%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WB는 보고서에서 소비가 미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부진한 글로벌 수요와 엔화 강세로 인해 수출 경기가 둔화됐다고 전했다.
또한 보고서는 지난 4월 규슈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역시 기업 체감 경기 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했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계획인 아베노믹스와 관련해서도 의구심이 제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가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인상을 2019년 10월로 늦춘 것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으나 "국가 재정 정리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 위해 구조적 개혁 시급
다수의 전문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고 우려감을 내비쳤다.
이미 BOJ가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단적인 처방전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는 오히려 더욱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엔화 약세 정책의 약발 역시 먹혀들어가지 않는 상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BOJ의 재정 부양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로 불리는 구조 개혁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꼬집는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아베 총리는 올가을 대담한 경제 정책들을 발표할 것이라며 추가 부양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강력한 부양책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미 회의감을 내비치고 있다.
데발리어 이코노미스트는 "6월이나 7월, 곧 재정 부양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더욱 중요한 것은 여성의 경제 참여율을 높이는 등의 방법이 포함된 강력한 구조개혁"이라고 지적했다.
WB는 역시 보고서에서 "일본의 실업률이 3%대의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노동 개혁 등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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