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해운 구조조정 경제 논리만 우선돼선 안돼
2016-06-08 14:58:36 2016-06-08 14:58:36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8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구조조정 관계 장관회의에서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채무재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해 경영정상화를 돕는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업계 일각에서 주장했던 양대 국적 선사의 합병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건설부동산부 최승근 기자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현재의 양대 선사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경제 논리보다는 해운업이 가지는 국가 기간산업으로써의 중요성을 감안해야 하고, 양대 선사가 가지고 있는 물류 네트워크와 선대의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대표 국적선사가 가지는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대표 선사들이 무너질 경우 중소·중견 선사로서는 방패막이가 사라지게 되고 세계 해운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 부산, 인천 등 주요 항만의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든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모두 경제 논리에 우선해 진행되고 있다. '경제 살리기'라는 대전제에는 공감하지만 경제 논리로만 정당화될 수 없는 가치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해운업의 경우 그동안의 구조조정은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됐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선사들이 가진 보유자산을 내다 팔았고, 보유자산이 떨어지면 사업부를 해체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채권단에 빚을 갚아왔다. 당장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십 수년째 침체를 겪고 있는 해운업의 현 상황을 보면 빚을 갚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던 듯 싶다.
 
채권단의 지원금이 국민들의 혈세로 마련된 만큼 빚을 갚은 일도 중요하지만 매각 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각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발상만으로는 최종 목표인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어렵다. 업황이 개선되더라도 사업기반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매각은 쉽지만 사업부를 다시 꾸리고 인력을 충원하고 사업을 재개하기까지는 매각 기간 보다 몇 배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몇 차례 자구안을 이행하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양대 국적선사는 컨테이너 사업부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컨테이너와 벌크, 자동차운송, 가스운송, 전용터미널 사업 등으로 이뤄졌던 사업포트폴리오는 무너진 지 오래다.
 
한 때 해운업은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자동차·조선·반도체산업과 함께 4대 외화획득 산업으로 꼽혔다. 이제 길고 긴 침체 터널을 나와 재기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할 때다. 정부에서도 양대 선사 합병이나 매각 등 경제 논리보다는 얼라이언스 편입 지원, 신조 선박 지원 등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해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이번 구조조정 작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사업 재편을 통해 체질을 바꾸고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정배를 띄우기 위한 물은 이미 들어왔다. 이제는 올바른 방향을 잡는 항해사와 노를 젓는 사공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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