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차기 국회의장직이 더불어민주당에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내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호남 마케팅’에 시동을 건 모습이다.
더민주는 총선에서 호남 의석 28석 가운데 3석을 차지하는데 그쳐 '텃밭 참패'라는 쓴맛을 봤다. 반면 국민의당은 호남 23곳에서 승리하며 맹주로 떠올랐다. 더민주 입장에서는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호남 출신 국회의장’ 카드가 유효한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더민주의 전신 정당에서 배출한 역대 국회의장 가운데 이만섭 전 의장을 제외하고 김원기(전북 정읍), 임채정(전남 나주) 전 의장이 공교롭게도 모두 호남 출신이다.
현재 더민주 내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6선의 문희상, 정세균, 이석현 의원과 5선의 박병석, 원혜영 의원 등 총 5명이다. 이 가운데 정세균, 이석현 의원이 전북 출신이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당선된 정세균 의원은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꺾고 당내 입지가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의원이 국회의장을 맡을 경우 더민주의 호남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의원도 각종 언론인터뷰에서 “호남 민심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적임자”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현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을 하고 있는 이석현 의원은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에는 당내 초선 당선자 전원에게 자신의 의정 경험을 담은 ‘손글씨 편지’를 발송했고 16일에는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더민주 소속 27명을 포함해 총 38명의 의원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당내 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이 ‘호남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문희상 의원은 호남 출신이 아니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장을 여러번 역임했던 경험을 강조하며 중량감과 안정감, 통합과 조정 능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박병석 의원은 ‘충청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초선 당선자의 집을 일일이 찾아가는 등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원혜영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을 당론으로 제정한 주역임을 내세워 국회의장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1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석현, 문희상 의원은 이미 국회부의장을 한번 한 상황에서 국회의장까지 해야 될 정도인지는 좀 의문”이라며 “당내 역할이나 지지도를 봤을 때 정세균 의원이 좀 더 유리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더민주 내 한 당직자는 “국회부의장을 경험한 후보들이 또 국회의장까지 나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1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역대 상임위원 간담회에서 김대환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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