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원석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개월 연속 연 2.00%로 동결했다.
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0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2월 2.50%에서 2.00%로 내려간 뒤 지난 3월부터 8개월 연속 사상최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세계경제 상황 호전 등으로 수출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소비가 전년수준을 계속 상회하는 등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긴축상황을 견딜만큼의 안정적인 회복세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실시한 '채권시장 체감지표(BMSI)'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설문 응답자 중 91.2%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주요20개국(G20)회의에서 "G20 국가 중 처음으로 호주가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호주와 우리의 상황은 다르다"고 강조하며 당장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또 금융당국이 전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보험사와 상호금융사 등 제2금융권에도 적용하고 담보인정비율(LTV) 역시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한은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금리인상(출구전략)의 거의 유일한 근거로 지목한 '주택 가격 상승'이란 단서를 미리 차단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총재는 최근 G20 회의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 조짐이 좋지 않다"며 "한국 상황에 맞춰 출구전략(금리인상)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물가의 상승률이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기준금리 동결의 원인으로 파악됐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2.2% 상승해 전월과 같은 흐름을 이어갔다.
물가 오름세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목표로 삼고 있는 수준에는 하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물가가 기준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것으로 한은은 판단했다.
한은은 금융시장과 관련해 "주가가 큰 폭 상승한 후 반락한 가운데 DTI 확대 적용,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6월 3조8000억원, 7월 3조7000억원, 8월 3조2000억원 등 석 달 연속 3조원이 넘는 증가세를 기록하다 지난달 2조4000억원으로 증가세가 주춤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매매가격은 오름폭이 확대됐다.
전월 0.3%의 오름세를 보였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에는 전월말대비 0.8% 오르면서 증가세를 더 키웠다. 특히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달 전월대비 1.8% 상승해 2002년 3월 2.6% 증가 이후 7년6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동결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예상됐던 결과"라며 "경기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한은이 우려해던 부동산 가격상승세가 DTI 확대로 인해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1분기를 기준금리 인상 예상시기로 보고 있지만 원화 가치 상승세의 가속화가 약해지고 민간경제의 회복력이 확실시 된다면 인상 시기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앞으로 통화정책은 당분간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최근의 경기개선 움직임과 금융시장 안정이 지속되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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