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옥시·세퓨 등 제조·판매사에 책임을 묻는 한편 원료물질을 공급한
SK케미칼(006120)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자 회사 측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수사에서 제외된 또 다른 화학물질에 대해 정부가 추가 역학조사를 할 가능성이 있어 마냥 안도할 수만은 없게 됐다.
12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검찰이 살균제에 함유된 독성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제조한 SK케미칼을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SK케미칼이 흡입 독성에 대한 위험성을 판매처에 알린 이상 그 이후 유해성 확인 절차의 책임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안정성 실험의 책임도 마찬가지 논리다. 옥시 등은 중간 유통상에 흡입독성 자료 여부를 문의하는 등 위험성을 알고 있었는데도 안전성 실험은 거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SK케미칼이 2000년 초중반에 중간 유통상에 PHMG를 공급하며 '흡입 독성 자료 없음'이라는 내용이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첨부한 것에 대해 검찰은 '흡입독성 실험을 거쳐야 한다'고 알린 취지라고 판단했다. 지난 10일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SK케미칼의 담당 사업팀장과 법무팀 직원은 "PHMG의 사용 용도를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조사의 책임을 너무 좁게 해석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원료물질을 독점 공급하면서 그에 대한 안정성 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SK케미칼 또한 이번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화학업계 관계자는 "원료물질 제조사가 해당 제품의 사용 용도를 모르는 상태에서 모든 실험을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피해자와 환경단체는 SK케미칼이 개발해 완제품으로 공급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살균제의 원료물질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로, 과거 역학조사에서 폐손상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이번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최근 환경부가 이 물질에 대해 비염·기관지염 등 다른 장기와의 역학관계를 추가 조사할 가능성이 커지며 결과에 따라 SK케미칼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지난 3월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가습기살균제 원료공급사인 SK케미칼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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