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뒤늦은 사과…진정성 '의심'
피해자 "검찰에 사과한 것" 반발
2016-04-18 15:16:23 2016-04-18 15:16:23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2011년 임산부와 영·유아 수백명이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잇따라 사망한 원인으로 지목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업체의 공식 사과와 피해보상안이 처음 발표됐다. 피해자들과 관련업계는 5년동안 침묵했던 업체가 검찰 조사가 임박해오자 급조한 사과라며 진정성을 의심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는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마트의 PB(자체브랜드)상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피해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마트 측은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조직 설치 ▲피해보상 대상자·기준 검토 ▲피해보상 재원 마련 등에 대해 준비하고, 수사 종결 직후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피해 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우선 100억원 수준의 피해보상 재원을 마련하고 협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PB상품 제조사(용마산업사)나 원료 제조사(SK케미칼(006120))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은 피해자와의 보상절차를 모두 마친 후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롯데마트의 피해보상안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 조사 결과 인과관계가 밝혀진 후 피해보상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며 "뻔한 이야기로 생색내는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햇다.
 
유족 등 피해자들도 사고 발생 후 5년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검찰 조사가 임박해서야 피해보상 대책을 발표한 점을 두고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최예용 환경보호시민센터 소장은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사과하는 것은 결국 검찰에 잘 봐달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롯데마트는 피해자와 국민을 상대로 사과한 것이 아니라 검찰에 사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족 대표로 나선 안성우씨도 "롯데마트의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며 "진심으로 사과하려 했다면 언론이 아닌 피해자들 앞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 역시 검찰 조사 결과 인과관계가 밝혀지면 피해보상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다만 검찰 조사 전 보상 전담조직을 설치하는 등의 사전 조치는 하루 아침에 준비할 수 없는 일이다보니 지금으로서는 조사에 성실히 임해 결과를 기다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피해자 수는 ▲옥시레킷벤키저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103명 ▲롯데마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22명 ▲홈플러스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15명 ▲버터플라이이펙트 '세퓨 가습기 살균제' 14명 등이다.
 
검찰은 19일 옥시레킷벤키저 인사 담당 실무자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가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보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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