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군림의 통치, 민심의 철퇴를 맞다
2016-04-14 07:00:00 2016-04-14 07:00:00
모두의 예상을 통렬히 깼다. 민심은 표로써 정부여당 실정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먹고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더욱 정치를 찾았고, 투표로 심판했다. 철옹성 같던 지역과 진영 논리도 민심의 심판 앞에 무너져 내렸다. 주권 행사는 그렇게 지엄했다.
 
야권의 분열로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을 내줬다. 내심 과반을 넘어 개헌선까지 기대하던 새누리였다. 이한구 의원을 앞세워 공천 파동을 주도한 박근혜정부는 한걸음 물러서며 민심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게 됐고, 레임덕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다가왔다. 군림의 통치는 그렇게 막을 내리게 됐다. 이번 총선을 바탕으로 대선으로 직행하려던 김무성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권 도전도 마감하게 됐다. 대통령이 그렇게도 찍어내려던 유승민 의원이 압도적 득표율로 여의도 귀환에 성공하면서 보수진영의 재편 가능성도 커졌다. 물론 친박과 비박 간의 갈등은 필연 과정이다.
 
수도권에서 압승한 더민주의 속내도 복잡하게 됐다. 우선 여권의 안방이던 강남과 분당에 터를 마련하고, 부산과 경남을 넘어 대구에서까지 한국정치의 고질병이던 지역구도에 유의미한 균열을 내면서 차기 대선에 대한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됐다. 김부겸이라는 든든한 주자도 얻게 됐다. 특히 수도권에서의 거센 바람은 더민주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이정표를 제시했다. 다만 전통적 텃밭이던 호남의 철저한 외면은 더민주의 심장 박동을 정지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유력한 대선주자이던 문재인을 잃게 됐다는 점은 뼈아프다. 또한 호남이 고립을 자초하며 외부와의 연대를 끊었다는 점에서 전략적 선택의 의미도 들여다봐야 한다.
 
때문에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견고하던 양당 틈새에서 그토록 바라던 3당 체제를 구축했다. 광주를 비롯해 호남을 석권하면서 든든한 지역 기반도 얻게 됐다. 새누리나 더민주와 달리 내부 갈등도 누를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갖게 됐다. 지역 맹주로 우뚝 올라섰지만 호남의 선택이 계속해서 그를 향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부담과 고민도 안게 됐다. 특히 호남 외에서의 참패는 대선주자로서의 역량에는 한계로 와 닿는다. 주창하던 새정치도 지역성을 띤 구시대적 인물을 안으면서 모호성만 더해졌다.
 
선거는 끝났다. 거대한 민심의 쓰나미는 청와대와 함께 각 당을 대표하는 유력 주자들을 집어삼켰다. 정치권 스스로 구상했던 정치 지형도 실패했다. 민심은 정부여당에 대한 철퇴와 함께 복잡한 과제를 각 당에 안겨줬다. 언제든 회초리를 들고 심판에 나설 수 있다는 두려움도 이번 총선을 통해 확실히 각인시켰다. 남은 것은 이를 천심으로 받들 정치권의 자세다. 주어진 것은 현실이고, 남은 것은 왜곡이 아닌 민심에 대한 섬김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정치권이 뼈에 새겨야 할 이 나라 헌법 제1조다. 군림의 통치에 대한 거부와 심판.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내린 결론이다. 민심은 지엄했다.
 
김기성 산업1부장 kisung0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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