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재판이 4일 열렸다. 양측은 신 전 부회장의 '이사 해임'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으로 대립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이 '경영권 탈취'로 규정짓자 호텔롯데 측은 '적법한 해임'이라며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함종식) 심리로 4일 열린 1회 변론기일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신격호(94) 총괄회장의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해 신 전 부회장을 이사에서 해임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롯데그룹의 이미지 실추와 손해 발생의 원인은 창업주에 대한 배신과 경영권 탈취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호텔롯데 측은 "신 전 부회장은 이사로서 해야 할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과 관리·감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게 주된 해임 사유였다"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해임했다"고 반박했다. 또 "신 전 부회장이 사실이 아닌 그룹 내 일을 언론에 밝히면서 롯데그룹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나빠졌다"며 "이런 식의 무차별 공격은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날 롯데 경영권 다툼의 분쟁 배경을 각각 15~20분씩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번 소송의 핵심은 신 전 부회장의 이사 해임이 정당한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라며 "우선 신 전 부회장이 이사로 재직하던 기간으로 범위를 한정한 후 구체적으로 의무 이행 여부를 다퉈달라"고 지적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23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앞서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지난해 9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 전 부회장의 등기이사 해임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에 신 전 부회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만료 전에 이사직을 해임한 데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같은 해 10월 소송을 냈다. 또 신 총괄회장과 함께 롯데쇼핑을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도 냈으나 지난 2월 취하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 분쟁에서 또다시 신 회장에게 패배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달 6일 임시 주총을 열고 신 전 부회장이 제기한 '자신의 이사 선임 및 신 회장의 이사직 해임 등' 안건 4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지분 27.8%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총력을 벌였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에 따른 성년후견인 심리는 오는 6월 중으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정숙(79)씨는 지난해 12월 "오빠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했다. 정숙씨는 성년후견인 대상으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88) 여사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전 부회장, 신 회장, 신유미(33) 롯데호텔 고문 등 4명의 자녀를 지목했다.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 2월19일 일본 도쿄에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글로벌 롯데그룹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롯데홀딩스의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신 회장이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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