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24일 금융투자업계는 대법원이 외국계 도이치은행을 대상으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장기적으로 금융투자업계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줄 만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금융투자업계가 투자자 보호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재정립시킨 이슈였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장기적으로는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힘이 센 금융투자업계 금융기관과 일반 투자자 간 이해가 상충했을 때, 투자자의 이해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판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가 투자자들 보호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신뢰감이 시장에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회사, 기관이 자산 포지션에 따른 헷지(위험회피) 목적으로 특정 행위를 했더라도 일반 투자자들의 이해와 상충한다면, 상대적 약자인 이들 개인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 됐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투자자 보호가 이익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투자자들 사이에 '일시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내가 정당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신뢰감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도이치은행이 명확히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한 만큼 일반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정당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중소 증권사 관계자 A씨는 "사실 예전부터 '도이치은행의 시세 조종은 비열하다, 정도를 넘어섰다'는 말들이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굉장히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만기일 종가 직전에 그렇게 물량을 팔아버리면, 투자자들은 회복할 기회조차도 없어지는 것 아니냐, 그 전에 팔았으면 몰라도 잘 이해가 안 된다"며 "외형적으로 봤을 때 의심의 여지가 분명한 사건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도이치은행의 시세조종은 확실히 처벌받아야 할 일이 맞다"면서도 "다만 일부 투자자들이 최근 언론을 통해 불거지는 ELS 관련 이슈들 때문에 ELS 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량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경우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금융투자업계 전반이 스스로의 탐욕을 절제하고,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C 증권사 관계자는 "도이치은행 사태 자체가 한동안 업계에서 굉장히 시끄러운 이슈였는데, 투자자들의 이러한 피해가 나중에도 또 재발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며 "비슷한 사건이 다음에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고객에게 피해를 전가하거나 손실을 입히는 행태를 완벽히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D씨도 "사법부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판단했을 때 시세조종처럼 잘못된 일은 제대로 처벌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길게 봤을 때는 이러한 확실한 의지가 업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