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정부가 임금단체협상 및 취업규칙 변경 지도를 통해 대대적인 임금체계 손질에 나선다. 하지만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급으로 상대적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이 불가피한 데다, 개편방안 중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 부분이 많아 현장의 갈등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23일 근로소득 상위 10% 임금인상 자제, 연공서열 타파, 공정인사 확립, 취약노동자 보호 등 노동개혁 4대 핵심과제 실천을 위한 ‘2016년도 임금·단체교섭 지도방향(지침)’을 각 지방관서에 시달했다. 핵심은 직무·성과급 도입, 연공성 완화를 골자로 한 임금체계 개편이다. 큰 방향은 임금총액 규모를 유지하면서 상대적 고소득계층인 장기근속 정규직의 임금상승을 제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줄여나간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우선 정년연장, 노동시간, 생산성 등 기업의 비용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고려해 현재 지급되고 있는 임금이 ‘적정한 수준’이 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가령 기업이 경영여건을 고려할 때 과도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면, ‘적정한 임금’은 현재 임금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용부는 이번 지침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임금체계 개편 예시들을 제시했다. 고용부는 직무·능력·성과를 기준으로 기본급을 결정하도록 하거나, 차등승호제 등을 도입해 호봉급의 연공성을 낮추거나, 기본급 비중을 줄이고 성과에 따른 변동급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지도할 계획이다. 이 역시 장기근속을 통한 호봉급 축적으로 사업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지침의 실효성이다. 고용부는 “임금체계 개편은 임금을 깎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임금총액이 변하지 않고 임금체계가 개편되면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노동계에서는 공정한 인사평가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 기업이 임금체계 개편을 임금삭감의 도구로 악용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기업이 노사 합의를 통한 성과급 도입 후 생산성 하락이나 경영악화를 내세워 임금총액을 축소해도 마땅한 제재방안이 없다. 여기에 현장의 수용 가능성도 미지수다. ‘노동자의 불이익’이 수반되는 취업규칙 변경에는 노동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해, 밀어붙이기식 임금체계 개편은 자칫 줄소송 사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임서정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2016년도 임금·단체교섭 지도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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