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나온 김종인 "조금 더 고민하는 시간 갖겠다"
당무거부 하루 만에 비대위 참석…문재인, 급거 상경해 김 대표 설득
김성수 대변인 "사퇴 의사 밝히지 않아…비대위서 업무 처리"
2016-03-22 17:47:10 2016-03-22 17:47:23
당무 거부에 들어갔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오후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업무를 처리했지만 혼란은 계속됐다. 이날 김 대표가 국회에 나오기까지 오전 비대위 회의 복귀 발표와 연기, 김 대표의 사퇴설 보도, 경남 양산에 칩거 중이던 문재인 전 대표의 서울행 등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3시30분 국회 더민주 대표실에 도착해 비대위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후 김 대표는 소회를 묻는 질문에 “아까 말했잖아요”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차에 올랐다.
 
김성수 대변인은 “김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사실이 없으며 ‘사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며 “오늘 비대위를 정상적으로 소집해 의결 사안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회의 과정에서 김 대표는 '비례대표 선정 때 (20일) 중앙위원회를 거치며 대단히 자존심이 상했다', '비대위원들은 일반 당원들과 다른 판단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조금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의사도 나타냈다.
 
이날 김 대표의 회의 참석 때까지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7시30분경 서울 구기동 김 대표 자택을 찾아 40분 간 면담했다.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그는 "김 대표에게 (중앙위원회) 순위투표 결과와 비례대표 목록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등 새벽까지 일어난 상황을 보고했다”며 “김 대표가 11시에 국회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 시작을 한 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 회의는 오후 3시로 연기됐다. 이 와중에 김 대표가 사퇴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김 대변인은 “일부 비대위원들이 지역구에서 일들이 있어 회의 시작을 위한 성원이 안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사퇴설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전에는 더민주 중앙위원들이 “김종인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총선 승리라는 결실을 맺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앙위에서 김 대표 결정에 반기를 드는 듯한 모습을 보인 상황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의미로 풀이됐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김 대표는 자택을 떠나 여의도 국회로 향했다. 김 대표는 “내 스스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나를 욕보게 하는 그런 거는 내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배치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 ‘노욕을 부린다’는 식으로 반응한데 대한 분노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 20일 중앙위에서 자신이 결정한 비례대표 순번이 반발에 부딪치고 선출 방식이 변경되자 김 대표는 당무 거부에 들어가면서 이른바 '친노' 인사들의 패권주의를 지적하기도 했다. 21일 여의도 국회가 아니라 광화문 개인사무실로 출근한 김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그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화를 냈다.
 
그러자 침묵을 지키며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던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 나섰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허성무 더민주 후보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간 야권단일화 논의 개시 기자회견에서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노욕이 아니다. 제가 당 대표를 계속했더라도 김 대표를 상위 순번으로 모셨을 것”이라며 달래기에 나섰다. 이후로도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문 전 대표는 김해공항에서 김포행 비행기를 타고 김 대표 자택으로 향했다.
 
오후 1시 경 김 대표 집에 도착한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김종인 대표가 우리 당에 꼭 필요하고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만난 후에도 “이번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돼서 김 대표가 사심을 가진 것처럼 매도당한데 대해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그동안 우리 당에서 이번 과정에서 서운하게 해 드리는 게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김 대표를 달래는 모습도 이어졌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그(김 대표)의 합법적 권한은 인정해야 한다. 2번에 올렸다가 14번으로 내렸다가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공’은 잊고 심한 욕설이 퍼부어지는 것도 그렇다”는 말을 남겼다. 문성근씨도 트위터에 “김종인 대표의 비례 2번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고 적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 나와 입장을 밝힌 뒤 의사당을 나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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