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서울 분양시장에서 전용 85㎡ 초과 대형아파트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를 겪는 과정에서 주택수요자들의 관심이 무겁고 비싼 중대형에서 실속 있는 중소형 주택으로 옮겨가면서다.
시장에서 중소형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대형 수요 역시 여전히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머지않아 품귀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일반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약 2만4132가구로, 이 중 대형은 전체 물량의 3.1%인 769가구에 불과하다. 신규 분양시장에서 대형 비중이 1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50.5%까지 올라갔던 대형 비중이 2013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작년에는 10%대(10.3%)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아예 한 자릿수로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가구구성의 변화를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현 주택시장이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1~2인 가구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소형의 인기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수요자들이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소형으로 몰린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주택수요자에게 주택을 팔아야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시장 니즈에 맞춰 중소형 위주로 공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셈이다.
강태욱 우리은행 부동산 자문위원은 "최근 분양시장에서 중소형 인기가 워낙 높다보니 건설사들도 중대형을 과감히 포기하고 중소형으로만 단지를 구성해 분양하는 추세"라며 "당분간 분양시장에서 대형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형 공급이 줄면서 이를 찾는 수요가 눈에 띄고 있다. 서울 분양시장에서는 아직 4~5인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대형을 원하는 수요가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에는 청년 취업난 등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나 경기 침체에 따른 주거비 부담 등으로 부모와 집을 합치는 '리터루족(리턴+캥거루족)' 등 여러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대형 수요를 높이는 요소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소형과 대형간 가격차가 좁아진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몇 년간 중소형 선호현상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올라간 반면, 인기가 떨어진 중대형은 가격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요자들이 비교적 부담스럽지 않은 투자금액으로 보다 넓은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실제로 작년 4분기 전체 아파트 거래량에서 대형 거래량 비율은 18.8%(10월)에서 22.1%(12월)로 3.3%p 증가했다. 특히 전용 101~135㎡는 11.8%에서 14.3%로 2.5%p 증가한 반면 전용 41~60㎡는 32.9%에서 28.5%로 4.4%p 감소했다.
프리미엄(웃돈)까지 붙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달 1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 15가구 중 73%인 11가구가 대형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 '더샵 포레스트'는 전용 146.71㎡와 146.75㎡가 각각 1억8823만원, 1억7099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금액 기준 최고 프리미엄 2, 3위를 차지했다.
분양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청약접수를 받은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는 전용 122㎡가 28대 1로 다른 평형을 제치고 최고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앞서 작년 11월 공급된 '마포 자이 3차' 역시 119㎡A가 45대 1로 최고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대형에 대한 수요나 인기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일방적으로 신규공급을 줄인다면, 대형 품귀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중대형의 인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건설사들이 중소형을 중심으로 알파룸 등 공간특화나 수납공간 확보 등 다양한 특화설계를 보이고 있어 체감면적이 중대형 못지않기 때문이다. 또 중소형에 비해 수요가 적은 만큼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중대형 공급이 크게 줄어들면서 품귀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 분양단지의 전용 116㎡ 견본주택.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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