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지난해에는 국내 주요건설사들이 주택경기 회복으로 대규모 해외 손실을 상쇄시켜줬지만, 올해는 주택 호황 지속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사업 손실 관리가 실적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나 증권가에서는 이미 대규모 손실이 반영된 만큼 수익성 개선은 시간문제라고 하지만, 크레디트 시장에서는 아직도 건설업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지난해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들은 해외공사의 원가율 변동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었지만, 국내 주택경기 호조로 수익성을 일부 회복했다.
실제로 주택사업 비중에 따라 업체별 수익 차별화도 선명해졌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주택공급물량이 가장 많았던
대우건설(047040)은 약 3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림산업(000210)과
GS건설(006360)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2700억원, 1200억원이었다. GS건설은 주택공급 측면에서 대림산업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해외 부문에서 더 큰 영업 손실을 기록, 상대적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찬용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은 해외 플랜트 부문에서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규모와 주택공급물량 등에 따라 총 영업수익 규모가 차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국내 주택경기 회복세가 올해까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말 약 4만가구 수준이었던 미분양 물량이 6만2000여가구로 증가하면서 올 하반기 이후 주택경기 하락이 예상된다. 특히, 주택경기 악화가 지속 될 경우 입주와 잔금납부 지연 등으로 중단기적으로 주택 부문이 건설사들의 유동성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손실을 기록해 온 중동 플랜트 공사가 대부분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원활한 진행 여부에 따라 건설사들의 실적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 건설사들의 실적이나 신용등급의 향방은 해외사업 손실 관리에 달린 셈이다.
서 실장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플랜트 공사의 저조한 채산성이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제약하고 있다"며 "주요 건설사의 계획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최근 수년간 대규모 손실 원인으로 작용한 지역의 프로젝트가 올해 상당 부분 마무리될 예정이라 공사들의 원활한 마무리에 따른 단기 영업실적의 변동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중동에서 저가 수주가 빈번했던 2012년까지의 수주 물량이 대부분 2014년과 2015년 완공 시점에 손실이 반영돼 추가로 큰 손실이 발생할 사업장이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3년 이후에는 건설사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안정적인 사업장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선 만큼 우려가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증권가에서도 대형건설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보고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택시장 불안과 해외수주 감소보다는 악성 프로젝트 처리와 수익성 개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박형렬
대우증권(006800) 연구위원은 "미청구공사액 감소에 따른 현금흐름 개선과 해외 악성 프로젝트 완공으로 인한 이익의 가시화, 평가가치 매력 보유 등이 대형건설사들의 기업가치 회복 판단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크레디트 시장의 불신은 여전하다. 지난해 나이스신평이 주요 6개 국내건설사가 2009~2011년간 중동 지역에서 실현한 원가율 평균과 2012~2013년 업체들이 신규 수주한 원가율 간 차이를 분석했다. 10대 건설사 중 한 건설사의 경우 원가율이 10%p 이상 차이를 보여 향후 추가 원가 상승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나이스신평 측은 "건설업체들이 2013년부터 수주한 프로젝트 대부분이 원가율 85~95%대로 양호하지만, 1년새 갑자기 좋아진 부분을 사실 100% 신뢰하긴 어렵다"며 "만약 완공 시점인 2017~2018년까지 손실 반영을 미뤄왔을 경우 추가적인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택경기 호황이 주춤해지면서 해외사업 부실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알제리 스킥다 정유플랜트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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