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지난해 활약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좀처럼 흔들리는 법이 없는 '여왕'의 기개가 흘렀다.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첫 정상에 오른 이보미(마스터즈SC)가 직접 밝힌 우승 원동력은 중요한 순간 발휘된 고도의 집중력이었다.
이보미는 13일 일본 고치 현 토사 컨트리클럽(파72·6217야드)에서 열린 요코하마 타이어 토너먼트 PRGR 레이디스컵(총상금 8000만엔·약 8억 4000만원)에서 4차 연장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끝을 놓지 않은 이보미는 올 시즌 JLPGA 두 번째 대회 만에 정상에 올랐다.
경기 후 이보미는 일본의 '골프 다이제스트 온라인판'과 인터뷰에서 "정말 믿을 수 없다. 항상 웃으려고 하지만 마음 속에 여러 압박이 있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몸도 힘들었지만, 경기에 집중하려고 애썼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순간 긴장하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한 건 결국 본인이 강조한 대로 흔들리지 않은 집중력 때문이었다. 이보미는 14일 일본 매체 '산케이스포츠'에 실린 인터뷰에서 "가능성이 있는 한 도전하고 싶다"면서 이번 우승을 발판 삼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의지를 밝혔다.
일본 무대 통산 16승을 달성한 이보미는 JLPGA 7승을 따내며 상금왕에 오른 지난해 활약을 그대로 이었다. 지난 201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 다승왕, 상금왕을 차지한 뒤 건너간 일본에서도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그가 지난해 따낸 상금 2억 3049만엔(약 22억원)은 남녀 통틀어 일본 골프 사상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이다.
뛰어난 실력과 귀여운 외모를 갖춘 이보미에게 일본 열도는 '보미짱'이란 애칭을 붙이며 열렬히 환호했다. 이보미는 골프잡지 표지모델이나 패션쇼 모델은 물론 TV 예능프로그램까지 출연하며 슈퍼스타급 인기를 누렸다. 아이돌 급 입지로 '이보미 열풍'이라 불릴 만했다. 한국 선수가 일본에서 엄청난 관심을 끌자 국내에서도 큰 뉴스거리가 됐다.
이러한 인기를 뒤로 한 채 이보미는 새롭게 올 시즌을 맞았다. 가장 큰 목표는 역시 올해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다. 이를 위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JLPGA 출전 병행을 선택했다. 현재 세계랭킹 18위로 처져 있어 랭킹 포인트가 일본보다 더 높은 미국 무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에 대거 건너가 있는 한국 선수 간 치열한 경쟁 체제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야심 차게 시즌을 맞았지만,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지난 3일 끝난 LPGA 혼다 LPGA 타일랜드에 올 시즌 처음 출전했지만, 공동 24위에 머물렀다. 이후 올 시즌 JLPGA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 나섰으나 단독 6위를 기록했다.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방점을 찍지 못했다.
이번 대회도 2라운드까지 3위를 달리며 '무관'에 대한 우려를 낳았지만, 역시 이보미는 이보미였다. 승부를 연장을 끌고 간 뒤 4차례나 연장전을 치른 끝에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결국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내 '보미짱 열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보미가 지난해 12월 4일 열린 더 퀸즈 presented by 코와 1라운드 8번 홀에서 코스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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