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의 '갑질' 행위가 당국에 적발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여객터미널 건설 시공사에게 공사비로 횡포를 부리다 과징금을 물게 됐고, 공항 내 식음료 사업자들의 경영에 간섭한 데 대해서는 경고 조치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건설 당시 부당하게 공사비를 깎고 설계 책임을 시공사에 떠넘긴 인천공항공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3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건설공사에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을 진행했다.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은 입찰 참가자가 공사비를 절감하거나 품질 개선 등의 기술제안을 하고 이를 평가한 뒤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한진중공업은 인천공항공사의 원안 설계보다 23억원의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해 채택됐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한진중공업의 설계가 아닌 원래의 설계대로 시공을 요구했고 공사비만 23억원을 깎은 뒤 2014년 5월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비 절감을 제안했지만 오히려 공사비를 덜 받게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인천공항공사는 시공사가 설계변경을 요청할 수 없도록 하는 조건을 달았고, 시공사가 설계하지 않은 설계 원안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시공사가 책임을 지도록 했다.
한진중공업은 규모가 5619억원에 달하는 공사를 마다하지 못해 이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시공을 진행했다. 또 한진중공업의 모회사인 한진그룹이 운영하는대한항공과 인천공항의 관계도 이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 같은 인천공항공사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23조 위반이라며 3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편 공정위는 인천공항공사가 공항 내 식음료 업체를 상대로 횡포를 부린 것도 밝혀내고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내 식음료 가격관리를 위해 매장이 가격을 신고하면 승인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같은 상품은 같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며 매장에 가격을 통일하도록 했고, 환승호텔에 대해서는 다른 상품의 요금을 올렸다고 식음료 가격을 강제로 내리게 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에는 공항 내 아모제 매장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전 시킨 사례도 있었다.
공정위는 "공기업이 거래상지위를 남용해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엄중히 제재 받아야 한다"며 "이번 제재를 통해 공공분야 거래 질서가 보다 개선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공사가 진행중인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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