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압 항의 태극기 태워…법원 "국기모독죄 아니다"
"국가 모욕 목적 없어"…일반교통방해 등 집행유예
2016-02-17 13:43:43 2016-02-17 13:44:34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반발해 태극기를 불태운 혐의(국기모독죄)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김윤선 판사는 17일 국기모독,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반교통방해죄 등 대부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지만 국기모독죄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김씨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줄곧 "경찰 과잉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태극기를 태운 것일 뿐, 대한민국을 모욕하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해왔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는 교통방해와 공용물건 손상, 해산명령 불응 등 평화적인 방법이 아니라 위세를 이용하고, 차벽이 설치된 경찰버스를 밧줄로 끌어내리려 한 점 등은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정당화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김씨는 세월호 추모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을 보고 시위대에 합류했고, 광화문광장이 경찰 차벽에 의해 막혀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쏘자 부당하다고 느꼈다"며 "경찰병력이 시위대를 연행하려고 다가와 위협을 느꼈을 상황 등에 비춰 태극기를 태운 데 대한민국에 대한 모욕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밧줄을 잡아당기기 전 시위대를 막는 경찰에게 항의하기 위해 페트병 등으로 자해를 하는 등 감정이 매우 격앙된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해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4월18일 세월호 범국민 추모 집회에 참가해 8차례에 걸친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고, 경찰버스에 밧줄을 걸어 넘어뜨리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특히 김씨가 가지고 있던 종이태극기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태운 행위를 국기모독죄로 기소했다. 이에 김씨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원칙을 어겼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1년 전국 집중 범국민대회 참가자가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도중 태극기를 불태우고 있다.사진/뉴스1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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