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이 KODEX200 상장지수펀드(ETF) 보수를 파격 인하하면서 ETF 시장의 보수 인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자산운용업계의 보수인하 경쟁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치이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5일부터 KODEX200 ETF 연간 보수를 0.26%에서 0.15%로 인하했다. 2002년, 2003년, 2008년, 2013년 네 차례의 인하 이후 다섯번째로 삼성운용의 KODEX200 ETF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중심의 투자상품으로 부상한 만큼 '11bp(1bp=0.01%p) 보수인하'로 보은한다는 차원에서 내린 조치다.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연기금과 보험사, 공제회 등이 ETF 비중을 더욱 늘리는 효과를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연기금과 보험사 등이 최근 ETF 투자 확대 집행을 계획 중인데 자체 인덱스 운용시 보수가 10~15bp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ETF 활용시 오히려 보수절감 효과가 더 큰 셈이다.
배재규 삼성운용 패시브총괄 전무는 "KOSPI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기관이나 개인투자자의 자산배분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되는 종목인 만큼 앞으로 더욱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펀드시장 침체 속 운용업계의 새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에서 삼성운용의 이 같은 조치는 자극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미래에셋자산운용 외에 다른 운용사들도 속속 '업계 최저보수'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는 일단 관망한다는 입장이지만 한 두 곳의 운용사가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경우 결국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오래지 않아 다른 운용사들도 ETF 보수 내림에 동참할 것으로 본다. 앞서 몇 차례 학습효과를 감안하면 빠른 시일 안에 속속 보수인하로 가닥을 잡고 내부 체계를 바꿀 것"이라며 "어차피 내릴 여지가 있는 운용사라면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반의 ETF 보수 인하에 따른 투자유인 효과로 ETF 시장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평가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글로벌 ETF 산업도 보수인하가 진행되는 추세다. 국내 ETF는 글로벌 톱(Top) ETF에 비해 여전히 보수가 높은 수준"이라며 "상품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 시장을 활성화한다면 오히려 시장 전체의 발전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ETF 후발주자라는 진단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선도주자 입장에서는 보수 내린 이상으로 수익을 더 불리면 이익이지만 1~2위를 독주하는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 외 운용사 입장에서는 '대형사의 소형사 죽이기 전략'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소형운용사들의 원성도 높다. 한 소형운용사 관계자는 "일반 주식형에서는 의미없는 수준이지만 지수만 추종하는 펀드가 다른 ETF보다 0.11%를 더준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작은 규모의 ETF의 경우 기본적으로 투입된 비용부담이 큰 터라 보수를 내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보수인하분을 극복할 만큼 더 좋은 수익을 내지 않는 한 앞으로 더 소외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규모가 큰 대형운용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내릴 수 밖에 없다. 11bp는 인덱스펀드에서 매력적인 수익률 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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