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일용직 근로자가 임금 문제로 항의하다 분신해 사망한 것은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는 박모(당시 48세)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의 분신행위가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우울증으로 인해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박씨가 K건설에서 일한 기간이 한 달 정도에 불과해 업무 수준이 과로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수준으로 과중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업무에 종사하면서 우울증 등 정신적인 질병이 발생했다는 아무런 자료가 없고, 이러한 질병으로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할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불임금이 거절되고 있다고 해서 스스로 몸에 휘발유를 붙인 다음 분신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이러한 사태의 발생가능성에 대해 사업주 측의 예견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의학적 소견도 '업무와의 상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에 일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지난 2013년 10월28일 D건설이 시행하는 관광호텔 신축공사의 2차 하청업체이자 친형이 사업주인 K건설에 일용직 근로자로 채용된 후 근무하다 그해 12월2일 D건설의 임금 미지급에 불만을 품고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해 20여일 후 사망했다.
이에 박씨의 유족은 "K건설 사업주의 친동생이란 이유로 체불임금의 지급을 거절했고,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D건설 측이 비인격적인 폭언과 욕설을 해 정신적인 이상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박씨가 분신하기 전 업무상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보기 어렵고, 사업주와의 협상 도중 분노와 흥분으로 충동적인 자해를 한 경우이므로 사망사고와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박씨의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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