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난무하는 현실정치'를 비난하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이 입장을 번복하고 인천 남동갑에 출마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의원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 세계적인 체육엘리트 지도자로서 우리 체육 발전에 더 큰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향인 인천에서 출마할 것을 권유했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 사하갑을 지역구로 하는 문 의원은 지난달 22일 "4년 동안 직접 목도한 현실 정치는 거짓과 비겁함, 개인의 영달만이 난무하는 곳이었고 저 또한 변화시키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번복에 대해 인천 지역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일주일 정도 전부터 소식을 들었는데 문 의원의 고향이 인천이고, 인천아시안게임을 유치할 때 노력을 많이 해주는 등 인연이 많다"며 "남동갑은 새누리당 텃밭이었지만 지난 선거에서 여권 분열로 야당에 뺏긴 지역이다. 잘 하면 가능성도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지역에서 워낙 잘하고 있어서 사실상 수도권 험지 출마라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 의원의 본선 진출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먼저 문 의원 스스로 여의도 정치권 전체를 비판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만큼 이를 상쇄할 만한 출마 명분이 필요하다.
현재 인천 남동갑은 이 지역에서만 15~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 등 6명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돼 있는 곳으로 기존 후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며 '전략공천은 절대 없다'고 공언해온 김무성 대표가 문 의원에게 특정 지역 출마를 권유했다는 것 자체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많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서울 야당의원 지역'이라는 당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마포갑에 출마하기로 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당헌·당규에 따라 대표최고위원과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4인, 지명직 최고위원 2인, 정책위의장 등으로 구성되는 최고 의결집행기관이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는 공천관리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안 전 대법관 선거캠프 관계자는 최고위원 지명에 대해 "아직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예비후보로 활동하며 안 전 대법관과 경선을 치러야 하는 강승규 새누리당 마포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에 출전한 선수를 심판위원 중 하나인 최고위원에 지명한 김무성 대표에게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이 지난달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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