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저금리 기조가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은행권은 당장 수익성 개선에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해는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대출 증가의 덕을 봤지만 올해는 그 효과마저 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 창구에서 예대금리만으로 주판알을 튕기는 시절은 끝이 나고 한 푼이라도 아끼고 틈새시장을 찾아 푼돈이라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리스크가 높다며 손사래를 치던 P2P(개인 대 개인) 업체나 쳐다보지도 않았던 저축은행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또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수수료 인상까지 꾀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순이자마진 개선에만 목을 매던 국내 은행들은 P2P업체 지분투자, 저축은행 연계 영업, 수수료 인상 등을 준비하며 연초부터 분주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 수익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이자이익이 계속 떨어지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려는 안간힘이다.
은행권이 뛰어드는 새로운 대출 모델은 P2P기업과의 협업이다. P2P대출은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개인(Crowd)에게 자금을 모아(Funding),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해주는 금융방식을 말한다.
국내 최초로 은행과 P2P업체의 협업으로 추진되는 피플펀드와 전북은행의 연계 대출 상품이 이르면 이달 출시된다. 기존 P2P업체가 대출자와 투자자를 모집해 직접 연계해주는 방식인 반면 이번 은행-P2P 연계 모델은 은행이 중간 매개체로서 투자자와 대출자의 자금을 맡게 된다.
은행이 직접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신한은행은 부동산분야 P2P업체인 어니스트펀드에 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 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로서는 1금융권과 제휴했기 때문에 투자자와 대출자들로부터 신뢰도가 올라간다"며 "은행으로서는 미지의 영역인 중금리 대출 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모집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연계 대출을 통한 연계영업도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의 경우에는 같은 계열사인 은행과 저축은행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신한·KB·하나 등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연계 영업을 펼치고 있으며, NH·BNK금융지주도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 창구에서 같은 계열의 저축은행, 캐피탈 등과 연계한 원스톱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금융지주회사 경쟁력 강화'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신용도가 높지만 대출 한도 제한 등으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우량 고객들을 인근 계열 저축은행에 소개해 자연스럽게 중금리 대출이 연결되도록 하는 구조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의 영업방식은 대기업, 우량 고객 위주였고 같은 계열사의 저축은행을 활용한 연계 영업은 관심도가 적었다"며 "이제는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 영업했다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들이 최근 비난여론을 감수하고 이른바 '수수료 정상화'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오는 2월부터 100만원 이하의 타행 송금 수수료를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리고,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도 수수료 인상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역시 수수료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원칙을 세움에 따라 수수료 인상러시가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대출이 늘면서 이자이익으로 간신히 먹거리를 충당했지만 올해는 가계부채 대책으로 대출 제동이 걸리는 데다 경기 불황이 예상돼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은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이익이 전체 은행 수익의 대부분인 90.9%(2014년 기준)를 차지한다. 하지만 은행들의 원화 예대마진과 순이자마진(NIM)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계속 하락해 왔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5년 2.8%에 달했던 NIM은 지난해 1.6%까지 떨어졌다. 2012년 27조원에 달했던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23조원대로 줄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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