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만 하던 사람이 정치권으로 왔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입당한다고 했더니 주위 사람들로부터 '거기는 진흙탕이니 가지 말아라', '물릴 수 없나'는 말을 지금까지 듣고 있다."(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을 외부인사 영입으로 상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영입 인사들의 전문성과 참신성을 내세우는 행사를 처음으로 열었다.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혁신적인 당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야권 내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민주가 개최한 '더불어 컨퍼런스-사람의 힘'은 정치권 행사라기보다는 업계 전문가들이 출연한 토크콘서트에 가까웠다. 문재인 대표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정치 관련 이슈 대신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을 강조하고 꿈을 밝히는데 집중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을 비롯한 10명의 영입인사 중 6명이 출연한 컨퍼런스에서 김정우 세종대 교수는 기획재정부 근무 당시 느낀 국가 재정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내놨다.
김 교수는 "현재 연 1회 제출하는 정부결산보고서를 1년에 두 번은 제출토록 하고, 정부가 운영 중인 예산낭비신고센터를 국회에 설치해 시민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상시 감시체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내년 정부 예산을 편성할 때 금년에 얼마를 썼는지 모르고 편성한다"며 "정부가 얼마를 썼는지 알고 편성하기 위해 상시적인 회계감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여성들이 불이익을 덜 받기 위해 승진 직후에 임신을 계획해서 하고, 그런 상의를 가족이 아닌 회사 동료와 하는 것을 봤다"라며 "나도 출산 하루 전까지 저녁까지 일하고, 태어난지 두 달이 안 된 아이를 어머니께 맡겨놓고 올라오는 길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서글펐다"는 말로 직장인 여성들의 애환에 공감하는 얘기를 꺼냈다.
영입 인사들은 지금껏 각 분야에서 살아온 다양한 이력과 경험을 풀어내면서, 그때 느꼈던 문제들을 정치를 통해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문재인 대표는 영입 인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당이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은 물론 기존 정치권에도 매우 드문 새로운 인물들로 이뤄진 인재영입은 계속된다"며 "당 내부의 훌륭한 인재와 새롭게 영입된 분들이 손잡고 당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선대위원장도 "흔들리는 더불어민주당을 새롭게 변모해서 새로운 임원진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할 때"라며 "그래야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민주는 영입 인사의 전문성에 따라 하나씩 일을 맡기고 있다. 일례로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지난 15일 더민주의 한반도경제통일특위 위원장에 임명됐다.
더민주의 이러한 행사에 대해 신선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정치 생리를 잘 모르는 신진인사들을 지나치게 전면에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종환 더민주 대변인은 "오늘 컨퍼런스는 영입된 인사들이 당을 변화시킬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라며 "당의 내일을 만들어갈 사람의 힘을 보여주는 행사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왼쪽에서 여섯번째)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 컨퍼런스 '사람의 힘'에서 당명공모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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