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호석기자]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지난 주말 현대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향후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정 부회장의 승진은 올 상반기 기아차가 눈부신 경영성과를 올린 것이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훌륭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디자인 경영'이 성과를 거뒀고, 특히 해외시장 개척의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현대차의 국내외 영업을 책임지면서 넘어야 할 산은 기아차 사장으로서 맞부딪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의 실적은 정부의 자동차 지원정책의 혜택도 컸고, 현대차와 신차 기술개발 성과를 공유하는 등 그룹차원의 비용절감 지원도 적지 않았다.
정 부회장에게는 이제 이러한 지원들을 뒤로 하고 자동차업종의 세계적 불황기에 그룹의 운명을 나누어 짊어져야 하는 책임이 주어졌다.
굴지의 자동차 기업들도 문을 닫는 시점에 글로벌 영업이라는 경쟁 최일선에 서야 하는 동시에 전체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기획하고 준비해 나가야 하는 자리에 선 것이다.
정 부회장의 기아차 경영이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었다면 이제는 올림픽 본선에서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처지가 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경영권 승계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언론의 이런저런 평가에 가타부타 말을 할 입장이 아니고 회사의 인사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언급을 꺼렸지만 "후계구도 가시화는 성급한 얘기인 것 같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에서의 성과를 인정받고 다음 단계로 더 큰 미션을 부여받았다고 보는게 가장 타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중소형, SUV 등 그룹의 주력 신차들을 대거 출시하고 국내외 경쟁사들과 치열한 격전을 벌이게 된다.
야심차게 출시한 하이브리드카도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정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단기적으로는 이들 신차들의 성공여부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향후 2~3년간 급변할 글로벌 영업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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