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야구 인프라 달라지는 원년되나
2016-01-10 10:34:55 2016-01-10 10:34:55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올해 한국 프로야구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신축 야구장의 개장이다. 한 해에 두 곳의 신축 야구장이 생기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두 곳이 각각 팔각형 구장과 돔구장으로 독특한 형태를 띤다. 
 
고척스카이돔. 사진/서울시

고척스카이돔, 국내 최초의 돔 야구장
 
서울에는 국내 최초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서울시 구로구 고척동)이 개장한다. 2009년 착공해 지난해 9월 완공된 수용 총인원 1만8000여명 규모의 서울 고척돔은 2008년 창단 이후 목동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던 넥센 히어로즈 구단이 옮겨온다. 넥센은 일일대관 형식으로 구장을 사용하며 넥센이 사용하지 않는 때는 여러가지 문화공연 행사가 펼쳐진다.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에 참가한 한국과 쿠바의 국가대표팀이 겨룬 '서울슈퍼시리즈'를 통해 야구계에 모습을 드러낸 고척돔은 여러모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렬로 최대 31석이 연결되고 좌석 사이의 간격이 좁아 출입이 다소 불편한 관중석, 다른 야구장에 비해 조도가 낮은 선수시설 조명, 지붕이 없는 덕아웃, 전체 규모가 작아 글자 식별도 쉽지 않은 전광판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서울시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선수시설 조도를 높이고 덕아웃에 지붕을 씌웠으며, 현재는 좌석 연석의 최대 갯수를 20개로 줄이기 위해 통로를 만드는 관련 설계를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 중앙 전광판도 교체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새로운 야구장으로 여러가지 비판을 받긴 했지만 고척돔은 야구계에 의미가 크다. 계절과 날씨에 상관 없이 경기가 가능하며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 쓰던 최상품의 잔디와 흙을 깔아 선수가 최상의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선수들의 생생한 모습을 접할 수 있고 좌석 품질이 최고급인 다이아몬드석을 마련했다는 점도 고척돔의 주요 특징이다.
 
엑소(EXO) 콘서트와 KBS 연말 행사인 가요대제전 등을 진행하면서 공연·문화 시설로서는 고척돔에 대해 호평이 많다. 이제 야구하기에도 좋은 돔구장이 될지 대중의 기대가 크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사진/이준혁 기자
 
대구삼성라이온즈, 삼성이 투자한 독특한 팔각형 야구장
 
대구에는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 보여지던 팔각형 형태의 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1월8일 현재 야구장의 공적률은 98%에 육박한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 '통합(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4연패'와 '정규시즌 5연패'의 위업을 이룬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는 그간 낡은 홈야구장으로 고민이 많았다. 안전등급 D등급의 구장은 보수공사를 통해 B등급으로 변경됐지만, 낡은 야구장으로 인해 관객 불편이 초래됐고 구단은 마케팅 활동을 효과적으로 선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삼성이 과거에 쓰던 대구시민야구장과는 전혀 다르다. 구단 모기업인 삼성그룹이 670억원을 투자하면서 기본 공사비만 1666억원에 육박한다. 또한 삼성은 추가로 각종 비용을 들여 야구장을 가꾸는 중이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모양부터 독특하다. 부채꼴 모양인 다른 야구장과 달리 팔각형 형태로 지어졌고, 외야 펜스도 곡선이 아닌 직선이다. 접근성을 증진하기 위해 대구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과 대구 시가지의 가로축을 횡단하는 달구벌대로에 접하도록 지었지만 입지상 주변이 녹지라 주변 산에 파묻힌 형태가 나왔다. 덕분에 국내 유일의 '자연과 함께 하는 특별한 프로야구 전용구장'이 됐다.
 
새로 지은 야구장답게 개방형 콩코스 형태로 지어지면서 많은 내야 관중들이 식음료점·화장실에 이동하는 중에도 경기를 접할 수 있다. 더불어 하층부 스탠드와 1·3루 베이스의 거리는 18.3m로 국내 최단이며, 상층부도 캔틸레버(돌출형 스탠드) 방식을 도입해 기존 야구장 대비 7.4m 그라운드 쪽으로 당겨졌다. 경기를 즐길 여건은 최상이다.
 
창원시 새 야구장(가칭 창원마산야구장) 조감도. 이미지/창원시
 
창원마산야구장, 올해 착공할 명품 야구장 
 
올해 착공할 야구장도 있다. 오랫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창원시의 창원마산야구장(가칭)이다.
 
지난 2010년 7월1일 과거 창원시와 마산시, 진해시가 통합된 새로운 창원시는 전임 시장인 박완수 시장 시절에 소지역 간의 정서적인 화합과 결속을 목적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새로운 프로야구단 유치 협약을 맺고 신축야구장 건설을 약속했다. 이에 창원시 연고 프로구단인 NC 다이노스가 새로 깃발을 들고 일어섰지만, 신축야구장은 지지부진했다.
 
창원시가 새 야구장을 짓기까지 난관이 많았다. 첫 관문은 입지였다. 진해구 여과동의 옛 육군대학 터에서 마산회원구 양덕동 마산종합운동장 부지로 변경하면서 진해구 일부 주민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진해가 지역구인 김성일 당시 시의원이 2014년 9월16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달걀을 투척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다만 이 일로 육군대학 터에 야구장을 지으려던 진해구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비난 여론에 직면했고 결국 이들의 힘은 빠졌다.
 
우여곡절 끝에 입지가 결정되자 이번에는 자금이 문제가 됐다. 입지 변경으로 예산 관련 절차를 모두 다시 시작해야 했는데, 경남도에선 200억원의 예산지원을 취소했고 이로 인해 행정자치부에서 승인하는 지방재정투자심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여당 당 대표 출신인 안상수 창원시장이 관계와 중앙정계의 인사를 만나면서 예산지원을 요청했고, 결국 창원시는 경남도의 예산 지원은 원만하게 이끌지 못했지만 중앙정부의 지방재정투자심사를 승인받았고 2016년도 예산에 체육진흥기금을 통한 국비를 반영했다. 이로써 야구장 신축에 탄력이 붙었다.
 
창원마산야구장(가칭)은 해안 컨소시엄이 기본설계를 맡아 설계를 진행 중이다. 해안 컨소시엄엔 입찰서에 참여사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MLB) 야구장 과반의 설계를 맡은 유수의 스포츠 건축 설계사 파퓰러스(Populous)도 포함돼 있다. 이같은 배경과 실력 등이 작용해 해안 컨소시엄은 심사 단계에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됐고, 설계공모 발표 직후 조감도인 '가고파 파크, 365일 열린 가족공원'이 대중에 공개되자 창원시민과 야구팬들의 기대감은 커졌다.
 
창원마산야구장은 오는 3월 경남도 기술심의를 거치고 6월 실시설계와 시공을 함께할 컨소시엄을 선정하며 7월 착공할 예정이다. 이후 2년여가 지난 2018년말 완공해 2019년 프로야구 정규 시즌에 맞춰 개장한다. 고척스카이돔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이어 '신흥 강호' NC의 터전이 될 창원마산야구장이 완공되면 국내 프로야구 인프라 수준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