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호시우보의 자세로 새해를 맞자
2015-12-30 06:00:00 2016-12-27 11:37:30
어느덧 을미년 청양의 해도 저물어 간다. 순한 양처럼 무난하기를 기대하며 부푼 희망으로 출발했던 연초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제 차분하게 송구영신해야 할 시점이다. 어느 해 못지않게 다사다난했던 올해는 증권시장 쪽에서 보면 좀 맥이 빠지는 1년이었다.
 
6년 만에 박스권 탈출을 시도했던 국내 증시는 상반기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들어 본격화된 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유가 하락 등 대외 악재에 짓눌려 기를 펴지 못했다.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된 가운데 코스피는 결국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새로운 출발선을 향하는 새해 증시도 올해만큼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과 경기둔화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는 내년에도 올해의 하강국면을 이어갈 것이란 우려가 크다.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미약한데다 중국경제 역시 수출부진에 따른 제조업 위축과 성장둔화가 예상된다. 더욱이 미국이 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실물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통화정책 수단 역시 약화될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인 G2의 경기둔화는 수출로 먹고 사는 국내 경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 등은 내년 국내 경제성장율을 3%대로 예상했지만, LG경제연구원 등 민간 기관은 2% 중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이 당분간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하지만 고착화되고 있는 저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장사들의 실적이 올해보다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저금리, 저유가, 원화약세 등 '신3저 효과'가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의 매출과 이익률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내년이지만 자본시장은 결국 긍정론자들의 편이라는 속설을 따라야 할 듯하다. 저금리와 저성장 시대에 진입할수록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사들의 배당확대 정책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아지고 있고, 내년 3월 도입되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도 투자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짙은 안개 속에 가려진 길을 찾아가는 지혜가 더욱 절실해진다. 호랑이처럼 멀리 내다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실천하는 '호시우보'의 자세로 병신년 새해를 맞이하자.
 
 
 
정경진 증권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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