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금강산관광 재개는 안돼’ 남측 입장 뚜렷
북한 내 대화파 입지 좁아지면 대화국면 끝날 가능성도 있어
2015-12-20 10:32:18 2015-12-20 10:32:18
지난 11~12일 열린 제1차 차관급 당국회담이 다음 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끝난 후 남·북이 상대방에게 결렬의 책임을 떠넘기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회담 결렬로 대화의 추진력이 약해진 마당에 양측의 공방까지 가열된다면 대화국면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8일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맞교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당국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한 횡설수설"이라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이번 회담에서 제기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북·남 관계개선과 교류협력을 위한 매우 절실한 문제이고 또 겨레의 의사와 요구인 것으로서 반대할 하등의 이유나 근거가 없다”면서 “하지만 남조선 당국은 회담에서 이 현실 가능하고 쉬운 사업에 대해 한사코 반대해 나섰다"고 주장했다.
 
앞서 홍 장관은 17일 관훈토론회에서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관광 연계 여부에 대해 "이산가족분들에게 가서 이해를 구하더라도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과 앞으로 남북관계를 장기적으로 끌어나가는데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는 그런 문제를 그냥 맞교환하는 식으로 합의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고 답한 바 있다.
 
<우리민족끼리>의 비난에 앞서서는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15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을 비난한 일이 있었다. 조평통 대변인은 북한이 금강산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문제의 ‘동시 추진, 동시 이행’을 제안한 데 대해 “북남관계 개선에 대한 남측 당국의 입장과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으로 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조평통은 또 “(남쪽은) ‘내부 사정’이요 뭐요 하면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협의를 거부하던 끝에 ‘미국의 승인이 없이는 합의할 수 없다’는 변명까지 늘어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다음날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대한민국은 자주독립국이다. 이치에 안 맞는 왜곡된 선전이 북측 보도(주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정 대변인은 “(회담에서) 북쪽은 무조건 관광 재개를 먼저 합의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해 구체적인 논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회담 결렬의 주된 이유였던 금강산관광 문제는 회담 후 벌어지는 남·북 말싸움에서도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남측이 금강산관광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홍 장관은 관훈토론회에서 "이산가족분들에게는 죄송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원칙까지 훼손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도 말했다. 이는 관광 재개를 위해서라도 남쪽과 만나야 한다는 북한 내 대화파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앞으로 대남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는 결국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내달 1일 발표하는 신년사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5월 36년 만에 열리는 당대회 등이 대화 지속이냐 교착이냐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