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상징과도 같은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국내에서는 모두 불법이다. 우버는 '무허가 유사 콜택시'고 에어비앤비는 '무허가 숙박업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혁신적 비즈니스가 해묵은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는 비판과 함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지구 반대편에서는 공유경제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유경제가 기존 규제를 피해가며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그림자경제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얼핏 정반대처럼 보이는 두 상황은 사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공유경제를 포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것이다. 공정한 시장경쟁을 보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유경제를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하지만 혁신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정도로 강한 규제여서는 안 된다. 세계 각국이 공유경제 규제를 두고 고심하는 이유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에어비앤비와의 싸움에서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에어비앤비의 상업적 활용을 규제한 법안인 '프로포지션 F(proposition F)'가 주민투표에서 부결된 것이다. 부결된 법안은 에어비앤비를 통한 임대를 1년에 최장 75일로 제한하고 집주인들이 시 당국에 등록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반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지난해 전 세계 도시 중 처음으로 에어비앤비의 상업적 사용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다. 집주인은 1년에 최대 60일, 한번에 최대 4명까지 돈을 받고 집을 빌려줄 수 있다. 또 에어비앤비가 집주인을 대신해 여행객들에게 관광세를 걷어 납부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경제가 시장에 불공정 경쟁 및 독과점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공유경제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료사진/로이터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이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공유경제는 구매하는 것 보다 적은 비용으로 같은 효용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으로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잉여자원을 함께 사용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과잉생산이나 낭비를 막아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측면은 공유경제를 윤리적인 소비의 영역으로도 확장시켰다. 하지만 동시에 공유경제가 규제를 교묘하게 피하며 기존 시장 질서를 뒤흔든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에어비앤비 때문에 집값이 상승하고 우버 도입 이후 교통체증이 심화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유경제 플랫폼이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하고 고용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무서운 성장…10년 뒤 시장규모 '3350억달러'
아직까지는 공유경제가 전체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크레딧스위스는 지난달 발간한 투자전략보고서 '공유경제 : 새로운 기회, 새로운 문제'에서 공유경제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했다. 보고서는 하향식과 상향식 두가지 방법으로 공유경제의 규모를 계산했다. 먼저 하향식 방법에서는 GDP를 개별 산업으로 쪼개 산업별 공유경제의 가치를 계산했다. 무역, 운송, 숙박, 음식서비스, 금융, 과학·기술 등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에 공유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될 산업은 선진국 기준으로 대략 GDP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각 산업별 공유경제 사용자와 사용비용을 곱해 총 비중을 계산했다. 그 결과 공유경제는 전체 GDP에서 적게는 0.25%, 많게는 1%를 차지한다고 추산할 수 있었다. 가계지출의 각 항목에서 공유경제의 비중을 계산해 더한 상향식 방법에서도 GDP 대비 공유경제의 비중은 0.1~0.95%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공유경제의 확산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최근 뉴욕타임즈(NYT)는 공유경제의 대표주자 우버의 기업가치를 600억~700억달러로 추산했다. 설립 6년 만에 시가총액이 552억달러인 전통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를 넘어선 것이다. 숙박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270억달러로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월드와이드의 시가총액 222억달러를 제친지 오래다. 크레딧스위스는 현재 1%인 에어비앤비의 숙박시장 점유율이 2020년이면 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에서는 현재 전체의 1~2%에 불과한 P2P대출(개인간대출)과 크라우드펀딩이 2025년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25%를 차지할 전망이다. 프리랜서를 회사와 연결하는 플랫폼도 기존 헤드헌팅 업체의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됐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전 세계 공유경제의 규모가 2025년이면 현재의 22배인 3350억달러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불공정 경쟁·독과점 문제 등 논란
공유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사업자와의 불공정 경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개인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공급자와 경쟁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유경제 사업자는 대부분 '플랫폼'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존 규제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플랫폼 자체로는 공급자도 소비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버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차량이나 빈 방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사업자로 봐야할지 이용자로 봐야할지 불분명하다. 따라서 공유경제를 통해 소득이 생겨도 과세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플랫폼 운영자와 사용자가 분리되면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회색지대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공유경제 플랫폼이 기존의 규제를 피해가면서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이 밖에도 플랫폼 독과점이나 개인정보 집중, 노동시장의 구조변화 문제 등도 제기되고 있다. 가디언의 설명에 따르면 독과점 문제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특히 발생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명의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들을 끌어오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고 사용자들이 처음 사용했던 플랫폼에 머무는 락인(lock-in)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늘어나면 수집하는 개인정보도 함께 증가하게 돼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집중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우버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공유경제 플랫폼 하에서는 고용은 일시적 계약의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기존에 회사와 관계를 맺고 일을 하던 근로자들이 플랫폼 프리랜서로 변하게 되면서 노동의 유연성과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긱 이코노미(고정적으로 고용돼 있지 않고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고용돼 돈을 버는 형태)라는 이름이 붙은 이 같은 고용형태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 착취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규제 공백은 혼란과 소송, 시위를 낳기도 했다. 뉴욕 법무부는 지난해 뉴욕에서 임대하는 에어비앤비의 72%가 위법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미국이 상업적 목적의 단기 무허가 임대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또 필라델피아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우버X가 승인받지 않은 서비스라며 운전자 10명에게 1000달러씩의 벌금을 부과하고 차량을 압수한 바 있다. 우버에도 위반건당 1000달러씩의 벌금이 내려졌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우버 기사 3명이 정식 고용인으로 인정해달라는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관된 규제·스마트 규제로 시장 질서 잡아야
공유경제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럽지역위원회(CoR)은 지난 4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경제 플랫폼이 세금이나 독과점 문제, 사회안전, 소비자보호 규제 등에서 예외가 되지 않도록 유럽차원에서 전체적이고 조회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명확한 규정을 마련한 곳은 많지 않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이 규제 도입을 막기 위해 막대한 로비를 펼치고 있는데다 규제를 어느 수준으로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규제를 너무 강화하면 혁신을 막을 수 있고 혁신을 중시하다가 시장 질서를 흐트릴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에디트 라미레즈 미 연방무역위원회(FTC) 회장을 인용해 "기존 사업자와 새로 등장한 공유경제 플랫폼 사업자를 각각 규제하는 투트랙 규제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어느 한쪽에만 유리할 수 있는 공정하지 못한 규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기존의 규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공유경제를 위해 특별히 다른 규제를 마련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스마트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의 경우처럼 적당한 선에서 합의해 서로가 윈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암스테르담이 에어비앤비의 상업적 활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더라면 에어비앤비는 불법적인 임대를 통해 돈을 벌고 인근 지역에서 부동산 임대 가격 상승과 투기 현상 등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독점 문제와 관련해서는 플랫폼을 쉽게 옮길 수 있도록 사용자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플랫폼 이용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 소유권 문제에 대한 규제를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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