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변하고 있다. 점포 수가 아닌 각자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점포 전략을 내세워 경쟁에 나서고 있다.
IT기술을 가미한 태블릿브랜치 점포, 고객과 지역의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점포, 자산관리에 특화된 점포, 수익형 전략점포 등 각양각색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한계에 다다른 지점을 과감하게 폐쇄하는 한편, 자산관리에 특화된 지점을 내거나 수익이 날 만한 지역에 전략적으로 입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오프라인 지점을 이용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A은행 관계자는 "이제 지점이 많으면 고객도 많아지고 영업력도 높아질 것이란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금융거래는 전체 금융거래의 89%에 달했다.
상황이 이러니 은행들이 점포수를 줄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금감원 통계를 보면 이런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 해 말 6420개이던 국내은행 지점수는 올해 3월 6376개, 6월 6347개로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게 되면 신규 고객 확보 차원에서 점포는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최근 수익성이 악화돼 인력감축이나 점포 축소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의 빌딩에서 직장인들이 각 은행별 ATM기를 이용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수익이 저조한 지점을 폐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그 대안으로 내세운 지점 전략은 다양하다.
먼저 고객과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점포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가장 많은 지점망을 보유한 국민은행은 고객 분류와 영업망 재정비란 두 장의 카드를 꺼냈다. 고객의 특성에 맞게 영업점 운영 모델을 개인고객형-자산관리형-기업고객형-복합형-기업고객 및 자산관리형 등 5가지로 재분류한 것이다. 이 자료에 기초해 국민은행은 고객의 생활권 중심으로 전국의 지역본부와 영업점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고객 분류와 더불어 영업점도 다양한 테마로 나뉘었다. 점포를 기업자산형, 기업형, 자산형, 일반형, 가계형의 다섯가지 유형으로 재분류하고, 각각의 영업점 유형에 최적화된 체계로 전환한다는 복안이다.
IT기술을 활용한 점포 전략도 확산되고 있다. SC은행은 지난 7월 부터 찾아가는 서비스인 '태블릿브랜치'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은행 직원이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을 직접 찾아가 예·적금이나 카드, 대출 업무를 처리해주는 것이다. 국민은행도 내년 상반기 중에 태블릿브랜치를 도입할 예정이다.
자산관리 기능을 특화시킨 점포도 늘어나는 추세다.
KEB하나은행은 자산관리 강자답게 'PB 전용 자산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어떤 점포에 가더라도 자산관리(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배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9월 이를 위해 KEB하나은행은 자산관리 전문인력인 행복파트너(Branch PB) 1700여명을 선발해 전 영업점에 배치했다.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 또한 오랫동안 자산관리 부문에서 활약해왔던 경험을 살려 2억 이상 자산가를 전담 마크하는 지점장직을 뽑고 고객 관리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수익이 저조한 지점에서 유망한 지역으로 이주하는 전략도 눈에 띈다.
우리은행은 '전략적 입점' 전략을 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에 전략적으로 입점해 입주 고객 전체를 섭렵할 계획"이라며 "무조건 다운사이징(규모 축소) 하는게 아니라 산업단지 같이 수요가 있는 지역에 들어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은행과 농협은행은 '수도권 진출'에 초점을 맞췄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점포 수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농협은행은 지역기반으로 성장한 은행인만큼 지방에 70% 가량의 지점이 몰려있어서 수도권 내 점포 수가 시중은행 보다 적었는데, 이제는 수도권 위주로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JB금융그룹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수도권 진출을 위해 한 지방 내 근거리에 있는 두 지점을 통폐합하고 서울에 하나의 지점을 새로 내는 전략을 내놨다. 새롭게 개설되는 점포는 4명이 일하는 소규모 점포로 건물 2층 이상에 개점해 임대료 등의 비용절감 효과도 노렸다.
JB금융그룹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가 중요하단 사실을 발견하고 지방에 있는 2개 지점을 통폐합했다"며 "서울에서는 비용이 적게 드는 미니점포를 확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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