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이 성과제 도입 논란에서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는 임금체계를 미리부터 확보해 놓은 덕분이다.
지난 몇 년간 조직의 결속력을 떨어뜨리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여 홍역을 치렀던 것과 대조된다.
11일 은행권 관계자들은 외국계 은행의 경우 성과주의에 입각한 임금제도를 이미 구축해 놓은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외국계인 SC은행은 지난 10월 기준으로 호봉제 직원 비중이 전체의 4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과연봉제 직원은 전체 인력의 과반인 54%다.
금융산업 내 호봉제 도입 비율이 91.8%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로, 그만큼 성과급제를 광범위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봉제는 업무성과에 따라 임금을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제도로 종업원 개인의 능력과 실적을 중시한다.
◇서울 종로구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모습. 사진/뉴시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SC은행 일반 직원들에는 호봉제가 적용되고 부장(VP)급 이상부터는 성과연봉제로 전환된다. 직급과 상관없이 전문직은 성과연봉제를 따른다.
씨티은행도 외국계은행인 만큼 성과급제를 이미 임금체계에 반영해놨다.
앞서 강정훈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은 "씨티은행은 이미 성과주의 문화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고위급 직원들의 경우 확실하게 성과급제를 반영하고 있다"며 "2급 이상인 부장과 임원은 다 성과급이 적용되고 3급 이하는 호봉제"라고 설명했다.
지금이야 성과급제가 적응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SC은행은 지난 2011년 당시 전직원 100% 개인별 성과급제를 추진하다 노조와의 마찰이 빚어져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성과급제 비중이 낮은 시중은행들은 성과급제 도입 과정에서 외국계 은행들이 겪었던 내홍을 되풀이할까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호봉제 부분을 건드리지 안으면 성과급제 도입 어려울 것"이라며 "호봉제는 어느 한 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 전체의 사안이므로 개별은행이 협상하기는 어려울것 같다. 금융노조 차원에서 협상 해야할 텐데 사실 기존의 호봉제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성과제는 은행 조합원들이 다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과당 경쟁으로 고객들에게 피해가 가고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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