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 기자] 진보에서 보수로의 정권 교체에 성공한 2008년 이후 전국 전셋값이 폭등세를 기록했다. 역대 최장 전셋값 상승기가 이 시기에 물려있다. 금융위기에 따른 주택 소유자 살리기에는 성공했지만 전세난에서 무주택 세입자 구하기는 실패했다. 전셋값은 현 정부 말기까지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1월~2015년 10월까지 7년 10개월 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3.4% 상승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충북(75.8%), 충남(71.7%), 대구(71.5%) 등 3곳은 70%를 넘었다. 서울은 전국 평균과 비슷한 63.3% 상승했다.
2009년 4월 시작된 전셋값 오름세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6년 6개월 연속 상승으로 역대 최장기 상승기다. 이 기간동안 대통령이 바뀌고, 4명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나갔지만 전세난 해소는 기미가 없었다.
지난 12일에는 5번째 국토부 장관이 취임했다. 2010년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매년 가을 이사철 수준으로 전세 관련 대책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 당시 시작된 전셋값 상승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 집권 2년 10개월 동안 전국 전셋값은 17.6% 올랐다. MB정부 초기 2년 10개월 12.0%보다 오름세가 크다. 현 정부 들어서만 전국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4085만원, 서울은 9819만원 올랐다. 서울 한강이남 11개구는 평균 1억1577만원이나 올랐다.
지난 2009년 7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0㎡의 당시 전셋값은 5억원~5억500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최근 시세는 12억원~13억원에 달한다. 6년 동안 7억원 가까이 폭등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 59.5㎡는 최근 전세 시세는 2억6000만원~2억7500만원이다. 2008년 1억3000만원~1억4000만원이었던 전셋값이 두배나 올랐다. 개포주공1단지는 1982년 입주한 노후 아파트로, 세입자들의 선호도가 낮아 전셋값이 변화가 크게 없는 아파트다.
광역시 중 가장 많이 오른 대구의 경우, 달성군 다사읍 대실역e편한세상 전용 84.9㎡은 2008년 5월 당시 8000만원 선이었던 전셋값이 최근 2억5000만원 대로 치솟았다.
전셋값 상승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셋값은 4.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아파트 입주가 부족한 상황에서 강남권 재건축 추진에 따른 주택 멸실로, 수도권 전반적인 상승세가 전망된다. 지방은 올해와 비슷한 입주가 예정돼 있으나 월세 전환에 따른 실질 임대료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8년이면 아파트를 두 번이나 부수고 지을 수 있는 시간이다. 같은 정권 내 인물이 장기 집권하고 있으면서 전세난을 막기는 커녕 완화조차 못했다는 것은 정책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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