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영화가 현실이 됐다. '마이너리포트'에서 보던 가상현실(VR)을 이제 우리 일상에서도 접할 수 있다. 아직까지 주로 게임에 주로 활용되고 있지만 운동이나 제품판매, 원격진로 등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가상현실 대중화를 위한 조건'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디바이스로 웨어러블 기기와 함께 VR이 주목 받고 있다"며 "저가의 다양한 단말이 출시되고 누구나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등장하면서 VR이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웨어러블 기기에 비해 성장세는 느린 편이다. 스마트워치가 판매 첫 해 약 160만대 보급된 것에 비해 VR은 8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저가의 구글 카드보드 호환 제품이 확산되면서 스마트워치 2년차 성과의 75%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고서는 "애플워치 출시와 함께 스마트워치 시장이 3년차에 9배 이상 성장한 점에 비춰 볼 때 VR 역시 대중화의 전기를 마련할 주도적 제품과 서비스가 나타난다면 대중화에 빠르게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VR 관광부터 심리치료까지 활용가능…대중화 '절실'
VR이 대중화되면 우리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기 많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기어 VR'로 경주 내 관광명소인 불국사·석굴암 등을 직접 방문한 것과 같과 동일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 이용자가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헤드셋 '삼성 기어 VR'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또 일회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넘어 생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탈리아 VR 스타트업인 와이드런의 실내 자전거 주행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일반 실내 자전거와 달리 산악, 유명 라이딩 코스 등 다양한 환경을 설정할 수 있어 이용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장시간 운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VR은 계약·구매 등 기존 서비스업에도 활용될 수 있다. 아우디는 지난해 11월 영국 115개 매장 내 기어 VR을 비치해 방문객에게 가상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람보르기니·쉐보레 등도 유사한 가상 드라이브 서비스를 자사 제품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의료·건설 등 대형 산업에서도 VR이 활용되면서 산업 혁신의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의 VR 솔루션 업체 플렉스테크 컨설팅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해 원격 진료와 치료 서비스가 가능한 패키지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VR 가상 체험을 활용해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게 하는 심리 치료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이처럼 VR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보다 사업자들의 활용이 더 많다. 소량의 VR을 구매해 다수의 고객들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활성화되면서 대중적인 수요가 폭발하는데 어려움이 겪고 있는 역설에 빠진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VR을 구매해 활용하기에 아직 매력적이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싶을 만한 단말을 보급하는 게 관건"이라며 "삼성, 오큘러스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VR HMD 단말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VR 대중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했다.
◇VR 시장 확대 위해 글로벌 사업자 참여 필수
VR 보급률이 스마트폰 가입자의 0.1% 수준에 불과한 건 아직 소비자들이 VR을 구매할 유인을 찾지 못한 것도 있지만 각 VR이 갖고 있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로벌 사업자 중 가장 빨리 VR을 출시한 삼성의 기어 VR의 경우 성능과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 있지만 최신 삼성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호환성이 높고 저렴한 제품들은 주로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뢰성과 성능이 낮고 유통과 사후서비스(AS) 측면에서도 제약이 있다.
보고서는 "VR이 스마트폰에 종속되면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마다 VR도 새로 구매해야 한다"며 "VR 가격이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각 VR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융합한 형태가 필요한데, 이러한 시도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들이 담당해야 VR의 대중적인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태계 조성이다. VR 생태계는 VR 콘텐츠 유통과 이를 소비하기 위한 기기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활성화 중이다.
콘텐츠 유통에서는 구글의 유튜브360, 카드보드, 애플의 앱스토어 등 기존 플랫폼 사업자뿐 아니라 삼성의 밀크 VR, HOMIDO의 HOMIDO Center 등 VR 환경에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사업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 훌루, 트위치 등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도 VR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다수의 플랫폼들이 VR 유통을 지원하고 있지만, VR의 핵심 콘텐츠인 영상분야에서는 VR 콘텐츠를 촬영할 수 있는 기반 환경 조성이 더디다. 일반인이 360°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기는 코닥의 SP360 등 4~5종에 불과하며, 구글과 제휴한 고프로의 오딧세이나 삼성의 프로젝트 비욘드 등은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제공되고 있다.
VR 영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튜브와 같이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영상을 들고 업로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노키아의 OZO, Jaunt의 Neo 등 새로운 기기들이 출시될 예정이지만 대중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유통사업자나 제조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송 분야에서의 개선도 필수다. 지금은 스마트폰 네트워크나 PC에서 다운로드 후 메모리 카드로 전송해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 용량이 큰 VR 콘텐츠의 특성상 다운로드 시간이 장기간 소요되거나 PC를 활용해야 해서 불편하다. 최소 1Gbps 이상의 속도를 제공하는 5G 광대역 네트워크가 빠르게 상용화돼야 하는 이유다.
보고서는 "네트워크가 고도화되면 유통 플랫폼이나 VR 기기도 이에 적합하게 진화하면서 유통-소비에 필요한 단계가 현재보다 편리하게 축소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이용 만족도를 훨씬 더 높여 VR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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