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조각같이 생긴 배우 강동원이 연기자로서 조금씩 진화해가고 있다. 외모를 앞세워 자신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독특하고 신선한 이야기의 영화에 연이어 출연 중이다. 장르도 특성도 다 다르지만 각 작품마다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고, 감정연기도 발군이라는 평이다. 늘 지적 받았던 대사처리, 발성도 꽤 나아진 모습이다. 점점 연기파 배우로서 입지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해 '군도:민란의 시대'에서 상처를 지닌 악역에 이어 '두근두근 내인생'에서는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을 내비쳤다. 선과 악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 '검은 사제들'로 관객과 마주한다. 이 영화는 악령에 씐 여성을 구하기 위해 구마의식(마귀를 몰아 내쫓는 의식)을 행하는 두 신부의 이야기다. 강동원은 김 신부(김윤석 분)을 돕는 최 부제를 연기한다.
강동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만듦새가 훌륭하고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의 연기가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상업적으로 통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강동원은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전 이 영화가 굉장히 상업적인 영화라고 생각해요. 극의 완성도가 있고 익숙한 구조로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영화는 새로운 소재지만 익숙하게 풀었어요. 기승전결도 깔끔하고, 인물에 한국적인 요소도 가미돼 관객들이 보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요. 보면 신선하고 재밌잖아요."
강동원은 중저음의 목소리 톤과 다소 미흡한 발음을 지녔다. 하지만 '검은 사제들'에서만큼은 그의 대사가 똑똑히 들린다. 거북하거나 신경 쓰이는 지점이 없다. 1년 6개월 넘게 진행한 발성연습 덕이 컸다.
"아무래도 발음이 안 좋다는 것을 아니까, 이걸 고쳐야겠다고 생각했죠. 거의 1년 6개월 동안 했어요. 점점 나아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대사 때문에 시작했는데, 목소리도 점점 좋아져 계속 하게 됐어요."
처음엔 사투리를 고쳤고, 다음엔 발음을 고쳤다. 데뷔 초기 현장에서 긴장감을 누르기 위해 적극적으로 스태프들과 친해졌다. 이제는 촬영현장이 놀이터가 됐다. 강동원은 그렇게 자신의 단점을 고쳐나가고 있다. 요즘에는 디테일을 높여보자는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정말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톨릭 종교의 역사를 공부했고, 4~5일 정도 강원도 산골의 신부님을 찾아가기도 했어요. 라틴어로 된 대사 내용 외에 신학생들의 태도, 신부의 마음가짐을 엿보고 싶었어요."
강동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출중한 외모에 로맨스 장르만 섭렵해도 충분할 것 같은 그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끊임없이 노력하는 걸까. 답은 간단했다. "오래 일하고 싶으니까요. 연기자를 오랫동안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려면 당연히 실력이 받쳐줘야 하잖아요."
'검은 사제들' 홍보가 끝나면 그가 달려가야 하는 곳은 새 영화 '가려진 시간' 현장이다. 판타지 멜로물이다. 벌써부터 살을 빼기 시작해 현재 64kg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만에 사랑에 빠지는 역을 맡은 강동원이 또 어떻게 진화할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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