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30일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를 매각인수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빅딜'을 단행했다.
인수가가 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양수도 계약으로 국내 화학업계 최대 빅딜에 해당하며,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M&A다.
롯데그룹은 삼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의 지분 31.5%(삼성BP화학 지분 49% 포함),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신설 법인의 지분 90%를 각각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삼성 SDI 분할신설 법인의 지분 10%는 삼성SDI에 남겨 놓음으로써 양사 간 전략적 관계를 유지할 예정이다. 롯데는 인수되는 회사 임직원들에 대해 고용을 보장키로 했다.
롯데그룹은 다음달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 이사회와 2016년 2월 신규 법인설립이 이뤄지면 실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은 가전과 전기전자 제품, 자동차 내·외장재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 합성수지(ABS) 부분에서 생산능력 기준 국내 2위, 세계 6위의 시장점유율(M/S)를 확보하고 있다. 세계 ABS 생산량의 54%를 소비하고 있는 중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이밖에도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은 고충격, 고강성 내외장제로 사용되는 PC 부분 국내 1위, 인조대리석 부분 국내 1위 등 해당 사업 영역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국내 여수공장을 비롯해 중국, 헝가리, 멕시코 등 해외 8곳의 생산·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건축, 산업, 섬유, 의학 부분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염소·셀룰로스 계열 정밀화학 제품군의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증설과 신시장 창출, 원가절감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BP와의 합작투자회사인 삼성BP화학(삼성비피화학)은 주력 제품인 초산에 있어 압도적인 국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빅딜은 국내 화학업계가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통해 각자 주력사업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롯데그룹은 단순히 규모의 경제 실현을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 수직계열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가능하게 됐다. 또 석유화학에 이어 정밀화학 분야에 새롭게 진출함으로써 종합화학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롯데그룹 석유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011170)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4조9000억원으로, 이번에 인수하는 3개사의 매출 4조3000억원을 합치면 화학분야 매출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의 기초가 되는 원료 사업에서 강점을 지녀, 이번 계약으로 수직계열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확대가 가능하게 됐다.
반면 삼성SDI는 케미칼 사업부문과 정밀화학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한화그룹과의 거래에 이어 이번 빅딜을 성사시킴으로써 석유화학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이번 인수건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제안에 따라 진행됐다. 그동안 그룹의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신 회장의 각별한 애정은 여러차례 확인됐다. 이는 신 회장이 1990년 한국롯데의 경영에 처음 참여한 회사가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이었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
그동안 식품과 유통에 강점을 보였던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이후, 석유화학 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왔다.
2000년대 들어 신 회장은 롯데대산유화(현대석유화학 2단지)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해 롯데를 석유화학산업의 강자로 올려놨다. 이후 2009년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의 합병에 이어 2012년에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을 합병해 롯데케미칼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킴으로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사업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석유화학 회사인 말레이시아 타이탄을 인수했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영국 내 자회사인 롯데케미칼 UK를 통해 영국 아테니우스사의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및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생산 설비를 인수해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액시올사와 합작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탄크래커를 건설하기로 합의하고 본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유화사 중 북미 셰일가스를 활용한 에탄크래커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롯데가 처음이다. 지난 8월에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지역에서 부타디엔고무(BR·합성고무의 일종) 공장을 준공했다. 롯데케미칼은 한국가스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과 가스화학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달 초 기계적 완공과 함께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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