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녹음 기능을 켜둔 채 대화 자리에서 떠났더라도 이후 자신이 빠진 상태에서 대화 내용을 녹음할 의도가 없었다면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남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위반)로 기소된 A씨(52·여)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자리를 이탈한 후 대화가 녹음된 부분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며 "앞에 녹음된 부분 또한 A씨가 직접 대화 당사자로 참여해 불법 녹음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평소 알고 지내던 과외 교습소 원장 B씨로부터 과외비 환불 문제로 만나자는 학부모 C씨와의 자리에 중재자로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거절했다. 그러나 과거 C씨에게 자녀의 사주를 봐주며 B씨 교습소에 과외를 계속 맡기라는 취지로 상담해준 적이 있어 동참해주기로 했다.
A씨는 혹시나 자신이 학부모로부터 험담을 듣게 될까봐 몰래 대화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대화는 B씨의 학력 사칭 등 자신과 무관한 이야기만 오갔다.
그러던 중 B씨와 C씨 간 서로 언성이 높아졌고 자리가 불편해진 A씨는 미쳐 테이블에 둔 스마트폰을 챙기지도 못한 채 서둘러 대화 자리를 빠져나왔다. A씨의 스마트폰에는 이들 대화가 1시간가량 더 녹음됐다.
검찰은 B씨와 C씨 사이에 어떤 대화내용이 오갔는지를 몰래 녹음하기 위해 일부러 스마트폰을 둔 채 떠났다며 A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자리를 황급히 떠나는 바람에 녹음기능이 켜진 스마트폰을 두고 나온 것으로 타인의 대화내용 녹음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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