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 40%대를 돌파하는 등 국가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산업단지(이하 국가산단)가 사업성은 도외시한채 무분별하게 조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가 18일 발표한 ‘2016년도 정부예산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과 2018년에 총 6곳의 신규 국가산단을 조성할 계획이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2016년에 투입할 예산은 5개 사업, 7541억원에 달한다.
예정처는 “6개 단지의 전체 산업용지 면적은 19㎢이며 그 외에도 소규모 일반산업단지가 매년 약 10㎢ 공급될 예정”이라며 “그러나 국토연구원에 따른 연간 산업용지 수요면적은 16.4㎢에 불과하다”면서 산업용지의 과잉공급을 우려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구·경북(TK) 지역의 과잉중복투자다. 정부는 해당지역에 무려 3곳(대구, 경북 포항 블루밸리, 경북 구미 하이테크밸리)의 국가산단을 예정했지만,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으로 경북은 10.2년, 대구는 9.4년 동안 산업용지를 공급할 수 있는 ‘미공급면적’을 가지고 있다.
미공급면적이란 산업단지의 ‘지정면적’ 중에서 개발이 완료돼 민간에 공급되는 ‘분양공고면적’을 제외한 면적을 말한다. 즉 향후 신규 지정되는 산업단지가 없더라도 그 지방자치단체에 약 10년간 산업시설용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산업시설용지가 과잉공급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산업시설용지를 지정하는 권한이 다양한 부처에 분산돼 있는 점이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산업 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산입법)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등으로 지정이 가능하다.
한편 신규 산업단지가 꾸준히 조성돼 필요이상 공급되는 것에 비해 기존에 조성된 산업단지에 대한 국가지원은 상대적으로 초라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된 국내 산업단지들은 현재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안전과 관련된 시급한 보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개발이 완료돼 운영 중인 산업단지의 도로, 주차장, 공원, 하수시설 등 기반시설의 유지·관리비용은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단지 지원에 관한 운영지침’에 따라 관리권자인 지방자치단체 등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은 지자체의 열악한 지방재정(전국 평균 지방재정자립도 52.3%)에 산업단지의 노후화된 기반시설이 적기에 정비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11개 지자체 시도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동안 산업단지 기반시설을 관리하기 위해 지원한 예산은 1835억원에 불과했다.
일단 준공된 후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산업단지에 한해선 기반시설의 개선을 위한 국가 예산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2016년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예산은 2개 사업, 959억원에 그쳤다. 신규 산업단지 기반시설 설치를 위해 편성된 예산 7541억원의 12.7% 수준이다.
예정처는 “전체 산업단지의 미분양면적, 지역별 산업시설용지 미공급면적, 개별 법률에 따른 산업시설용지 공급을 고려할 때, 신규 산업단지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예산은 향후 적정한 수준으로 감액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는 산업단지 관리예산 확대를 위한 법령개정과 함께 예산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대상·규모·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6월 5일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에서 열린 대구국가산업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주요 내빈들과 함께 기공발파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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