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집중·성과주의 전략의 '화낙'…은둔형 회사의 성공비결
2015-10-14 13:22:08 2015-10-14 13:22:08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기술유출 우려 때문에 정보공개를 최소화하고 자국 내 생산만 고집하며 '은둔형' 경영을 하는 일본 기업이 있다.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화낙(FANUC)' 이야기다.
 
과도한 비밀주의로 '제조업계의 은둔자'라는 별칭까지 있지만 핵심 기술을 통한 사업군 집중과 수익성 우선 전략으로 건전한 기업의 근간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제조업계 은둔자, 일본 화낙의 성공비결' 보고서에서 “건전한 기업이 되려면 기술혁신과 경영전략의 시너지를 통한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화낙은 지난 1956년 후지쯔의 사내 프로젝트 팀으로 출발해 일본 민간 기업 최초로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를 개발했고, 1972년 후지쯔에서 독립한 이후 공장 자동화 사업에만 집중했다. CNC는 프로그램을 입력한 컴퓨터를 내장해 기계가 자동으로 재료를 정밀하게 가공하는 기계를 말한다.
 
작년에는 매출 7297억엔(7조3300억원), 영업이익 2978억엔(2조8581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인 영업이익률 40.8%를 달성했다. 전체 종업원 5500명이 1인당 5400만엔의 이익을 달성한 셈이다. 사업부별로 CNC 부문은 세계시장 점유율 50%, 산업용 로봇은 30%, 정밀 가공기계인 로보드릴도 30%로 고른 시장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는 화낙의 첫번째 성공비결로 기술혁신에서 비롯되는 '집중'을 꼽았다. 화낙의 회의실에는 '다능(多能)은 군자의 수치(羞恥)'라는 어구가 붙어있다. ‘기업은 지나치게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대서는 안되며, 한곳에 집중해 좁은 길을 걸어간다’는 의미가 화낙의 경영방침이다.
 
이에따라 화낙은 산업용 로봇, 정밀기계 등 공장 자동화에 집중해 경쟁력을 축적했다. 특정의 신기술 개발을 위해 대규모 연구비를 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에 보유한 전기, 전자, 기계 기술을 결합했다.
 
사업전략도 공격적이다. 화낙은 영업이익률 30%을 달성하지 못하는 매출 증대는 무의미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시장구조를 역행하는 현상도 발생한다. 공작기계 시장은 대부분 주문 생산 위주이지만 반대로 경쟁사보다 뛰어난 상품을 10% 저렴하게 판매함으로써 화낙의 CNC장치에 고객사가 기계를 맞추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에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인력을 늘리기보다 공장 자동화를 먼저 추진하므로 미래의 수요 하락에도 버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낙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기업정보공개 평가에서 251개 업체 중 최하위일 정도로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한다. 연 2회 실적 설명회 외에 언론사 개별취재에는 응하지 않는다. 외부와의 연락은 팩스로 처리하며 이메일은 소수 고객에 한정해서 사용한다. 경영진은 ‘비밀주의’에 대한 외부 비판을 인식하면서도, 기업 정보의 불필요한 공개는 전쟁에서 군사 기밀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화낙은 기술 유출 우려 때문에 모든 상품을 일본 내에서 생산한다. 1972년 후지쯔에서 독립하면서 도쿄에 있던 본사 건물을 후지산 인근으로 이전, 분산되어 있던 전략, 연구개발, 생산을 한 곳에 집결시켰다. 전체 종업원 중 일본에서 근무하는 2500여명 중 40%가 연구개발 직원이다. 해외 근무인력은 대부분 서비스 인력에 불과하다.
 
류희숙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술개발과 생산공정 등 각각의 혁신활동이 기업의 전략을 발전시키기 위해 이익 창출에 대한 절실한 목표 의식과 프로젝트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실행력을 갖춘 점이 화낙의 성공비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프로젝트 선정 시에도 기술에 대한 집착 보다, 시장에서의 상품 경쟁력을 명확히 평가하고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로봇 제조업체의 CNC 시연 장면. 사진/뉴시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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