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맹탕국감·빈손국감·재탕국감' 등의 오명 속에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성실 국감을 표방하며 역대 최대인 708개 피감기관과 4175명의 증인을 채택하고 추석 전과 후로 시기를 분리하기까지 했지만, 22일 간의 대장정 끝에 남은 것은 '설전' 뿐이었다. 정책은 없었고 민생은 외면 받았다.
국감을 모니터한 시민사회단체들은 19대 국회에서 치른 총 4번의 국감 중 이번 국감을 '최하위'로 꼽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국회 본연의 기능을 스스로 외면한 역대 최악의 졸속 국감"이라고 혹평했다. 국감 22일 동안 남긴 것은 정쟁과 파행·막말과 인신공격·무분별한 증인 채택 등 구태 뿐이니 이러한 비판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부실 국감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총선을 불과 6개월여 앞두고 진행된 만큼 국감이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는 국감 시작 전부터 나왔다. 마음이 콩밭에 가있으니 국감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박 겉핥기식의 국감 모습은 12개 상임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다. 성실하게 국감을 준비하지 않았으니 국감장을 메운 것은 피감기관과 일반 증인에 대한 막말과 호통, 망신주기 등이었다. 송곳 같은 질문과 정확한 자료로 피감기관을 압박하고 정책을 바로 세우려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국감 현실이 이러하니 피감기관의 안일한 태도도 매해 되풀이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불거진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발언이나 기획재정위원회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7분 공방'은 낯부끄러운 모습이다. 여기에 국감장에서 공무원들의 졸고 있는 모습이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모습 등은 이제 흔한 광경이 됐다. '국감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현실에서 그 이상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감은 국회가 12개 상임위별로 정부의 한 해 정책 집행을 살펴보고 예산을 제대로 사용했는지 등을 세밀히 확인·점검하는 자리다. 따라서 국감이 부실하면 정부 기강이 무너지고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 또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사용됐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국감이 국회의 '한 해 농사의 결실'로 비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금뱃지를 달아주는 이유는 한 해 농사 결실을 잘 거둬달라는 의미다. 금뱃지를 달고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국회 본연의 기능을 져버리는 관행은 그만 끊어야 한다. 재정개혁, 노동개혁 뿐만 아니라 국회도 개혁이 필요하다. 내년 5월 임기를 시작할 20대 국회가 구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박진아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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