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인당 5000만원씩 국비지원을 받고 해외에서 유학 및 연수를 받은 공무원들이 국내로 복귀시 제출하는‘국외훈련보고서’를 인터넷 및 정부연구기관의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 제출했음에도 아무런 제재조치를 받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은 24일 인사혁신처 및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정부부처 국외훈련파견자 현황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이 ‘국외훈련보고서’ 64건 중 2013년~2015년 사이 제출된 5건을 샘플로 추출해 표절여부를 조사한 결과, 5건 모두 인터넷 문서 및 정부기관연구보고서를 그대로 베껴 제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부 보고서는 내용의 최대 46%까지 표절했고, 표절한 부분은 인용표기 누락 등 단순 실수가 아닌 원문의 표와 문구를 100% 동일하게 차용하고 있었다.
현재 국외훈련파견자들은 ‘국외훈련지침’에 따라서 연수기간 종료로 국내로 돌아올 때 ‘국외훈련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돼있다. 각 정부부처는 ‘국외훈련심의위원회(훈련성과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제출된 국외훈련보고서를 ‘논문수준의 기준을 적용하여 표절·인용에 대한 엄격한 관리 및 평가’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부실한 자료를 제출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재작성을 요구하거나 훈련비 정산을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산업부 국외훈련심의위원회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외훈련보고서를 심사·평가하면서 표절여부를 밝혀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실한 보고서를 적발해 재작성을 요구하거나 훈련비 미지급을 결정한 적도 없었다.
김한표 의원은 “이처럼 부실한 평가가 이뤄진 것은 모든 심사위원이 산업부 공무원만으로 구성된 국외훈련심위원회가 정확하고 객관적인 심사·평가보다는,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와 ‘온정주의적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공무원들을 해외 유수의 대학으로 연수를 보내는 것은 휴가를 가라는 의미가 아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더 많을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식을 쌓고 견문을 넓히라는 의미”라며 “그런데 공무원들이 남의 것을 베껴서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소속 공무원의 보고서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산업부도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전 부처 공무원의 국외훈련 업무를 총괄하는 인사혁신처 역시 반성해야 한다”면서 사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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