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만 해도 '원·달러 환율 세 자릿수 임박', '환율 1000원 깨지나' 등의 우려가 나오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흔들렸다. 지금은 어떨까. 원·달러 환율 1200원을 '눈앞'에 두면서 원화 약세가 이어지자 이번에는 자본유출을 우려 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 양상이 1년 전과 비슷하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떨어진다던 1년 전에도, 1200원 아니 그 이상으로 환율이 치솟을 지 모를 올 하반기에도 우리나라는 늘 환율 때문에 비상이다. 원화가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세)든 약세(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든 우리는 늘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외환당국은 '눈치'만 보며 지켜만 보고 있으니 지고도 진 줄 모르는 환율전쟁판에 끼어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원화가치는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우리 수출에 숨통을 조여왔다. 아무래도 수출 경합도가 가장 높은 일본과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돼 수출 품목이 타격을 입은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의 큰 축을 이끌어가는 수출은 7개월째 감소세다. 약한 엔화 공격에 강한 원화가 힘을 잃은 셈이다.
이번에는 중국의 예상치 못한 '환율폭격'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중국이 전격전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환율전쟁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휘청거리다가 위안화 평가절하 기조가 계속될 여지가 없다는 인민은행의 발표가 나온 뒤에야 비로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지속될 공산이 커 앞으로 환율전쟁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환율전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지만 한국은 대응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니 원화약세에 대한 정책적 견해도 정리하지 못했다. 중국 평가절하 발표 후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위안화 절하가 한국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켜보며 판단하겠다'는 다소 애매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외환당국은 지난 주 이틀 동안 30원 가까이 환율이 급등했지만 실개입이나 구두개입보다는 모니터링 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미 한국은 환율전쟁에서 뒤처져 수출과 내수 부진 모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더 이상 팔짱끼고 관망만 하다가는 미국·중국·일본 등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면서 지고도 진 줄 모르는 환율전쟁을 이어갈 판이다. 그만 정신을 차려야 할때다. 이제 정부는 확실한 철학을 갖고 금융주권을 찾아 더 이상 주변국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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