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철강업체들이 탈출구로 삼았던 해외수출마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냉연강판, 강관 등 고부가 제품들의 수출이 줄면서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반면 국내 건설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철근, H형강 등 건설용 철강재 수입은 급증하는 추세다. 내수시장에 이어 해외에서도 입지가 좁아지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한국철강협회가 발표한 철강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철강 수출량은 269만8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21억600만달러로 19.7% 감소했다. 철광석 등 국제 원재료 가격이 하락한 데다 수출물량 중 고부가 철강재 비중이 줄면서 금액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국내 철강업체들의 현지 투자 법인이 있는 인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국가 물량은 증가했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미국, 일본의 수출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규모가 축소됐다. 이들 세 나라가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중국의 경우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감소 및 수요산업 증가폭 둔화 등으로 15.8% 감소한 33만2000톤을 기록했다.
미국은 에너지산업 불황과 한국산 철강재 수입규제 확산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 감소한 28만8000톤, 일본은 엔저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 등으로 13.1% 감소한 28만톤으로 집계됐다.
주요 수출국에 대한 수출물량이 줄면서 고부가 철강재 수출도 덩달아 감소했다. 매출 하락에 이어 수익성 악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인 강관의 경우 셰일가스 등 에너지산업 침체가 지속되면서 미국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75.4%나 급감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수출량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주로 자동차강판이나 가전용으로 사용되는 냉연강판은 중국과 일본 수출량이 각각 28.7%, 25.7%씩 감소했다. 아연도강판 수출도 중국 18.1%, 일본 5.3%씩 줄었다.
자료/한국철강협회.
반면 저가 중국산 수입재의 내수시장 잠식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134만7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0%, 전월 대비 22.6% 늘었다. 전체 수입량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8.6%로 집계됐다.
품목별로는 철근과 H형강 등 건설용 철강재 증가율이 높았다.
지난달 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13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1%, H형강은 12만8000톤으로 122.1% 급증했다. 중국산 H형강과 철근은 전체 수입량의 각각 97.7%, 89.8%에 달했다. 이외에도 봉강은 53.7% 증가한 16만톤, 열연강판은 6.5% 증가한 27만톤이 국내로 수입됐다.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단가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국내 철강업계로서는 판매 물량 감소와 함께 단가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까지 이중고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진 셈이다. 중국산 철강재의 톤당 평균 수입단가는 지난해 7월 552달러에서 지난달 406달러로 26.4%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업체들이 자국 내 내수 부진 여파로 물량을 해외로 쏟아내면서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중국산과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하조치까지 더해져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2냉연공장에 냉연코일이 적재돼 있다. 사진/현대제철.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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