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한동안 잠잠하던 물가가 크게 뛰며 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주부들은 장보기가 겁나고 얇은 지갑의 월급쟁이들은 택시타기도 두렵다.
최근 물가가 들썩이는 이유는 무차별로 풀린 유동성과 원자재값 상승 때문.
설상가상으로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아야할 정부가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각 부처가 물가에 악영향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겉으로는 물가안정을 외치고 있다.
◇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5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물가조직을 재정비해 본격적인 물가 관리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동안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물가안정위원회와 공공요금자문위원회를 없애고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물가를 전담하고, 재정정책 자문위원회에서 공공요금 인상 등을 결정하도록 했다.
지난해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뒤 허겁지겁 '고유가 대책'을 마련했지만 올해는 60달러를 초과한 시점에 대비하고 나섰으니 그야말로 선제적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제스처'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주 1회 1시간 남짓 열리는 재정부 장관 주재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다른 사안에 앞서 개별 물가를 장관들이 조율한다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고, 이미 인상되거나 인상하기로 결정된 공공요금을 뒤늦게 실권이 없는 '자문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형식적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 정부 뒷북 대응
지식경제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올릴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전기요금 평균 4.5%, 가스요금 7.3% 인상된 이후 7개월째 동결돼 가스요금은 약 5조원의 미수금이 쌓여있고, 전기요금은 생산업체인 한국전력의 손실이 4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달 1일부터 서울과 인천의 택시 기본요금이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올랐고, 항공요금도 일부 노선에서 10% 이상 인상됐다. 서울의 주택·일반·수송용 도시가스요금도 1㎡당 2.51원이 올랐다.
여기에 전기요금은 9%(한전요구 수준) 수준에서 다음 달쯤 인상될 예정이고, 다른 공공요금도 뒤따라 오를 것이 뻔히 보이는데다 금값인 채소값 덕분에 김치와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다른 식료품 가격도 당장 인상할 태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형국이다.
물가관리의 주무 부처인 재정부는 도시가스로 사용되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산업용으로 주로 쓰이는 액화석유가스(LPG)를 할당관세 품목 제외를 추진하고 있다.
◇ 물가 오판하는 정부
할당관세는 물가안정 등을 위해 기본관세율의 40%포인트 범위안에서 관세율을 인하해주는 제도다. 따라서 할당관세 품목에서 제외되면 기본관세율이 적용돼 지금보다 관세가 높아지고 높아진 관세는 제품의 가격에 반영돼 결국 물가의 인상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정부는 휘발유, 경유, 등유, 중유 등의 석유류와 대두나 원당 등 식료품과 옥수수 등 사료용 원료 등은 물가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손대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LNG나 LPG 등 일부 품목의 경우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실제 관세율이 1% 인상되더라도 LNG의 경우 가격인상률은 0.5%에 불과하다"면서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기본관세율보다 낮게 가져간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종적으로는 이달 중순 이후 열릴 국무회의에서 결정되겠지만 할당관세에서 빠지는 품목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물가에 양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상황이 물가가 안정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면 오판"이라며 "공공요금이 줄줄이 올랐거나 인상을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이란 표현을 쓰는 것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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