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최근 논란인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야구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분쟁 초반부터 주요 인물로 꾸준하게 거론되던 신동인(69)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 대행이 신동빈(60) 그룹 회장 반대 편인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에 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분쟁 결과에 따라 야구단 경영 체제와 각종 환경이 바뀔 여지가 있다.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Newsis
지난 2005년 대행 자리에 오른 신 대행은 신 회장의 6촌 형이며,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 5촌 조카다. 지분은 적지만 47년간 그룹에 몸 담은 오너가 일원인데다 신 총괄회장이 가난했던 시절 학업을 잇도록 도운 큰아버지(고 신진걸 씨)의 손자로 신 총괄회장 총애를 받으며 그룹의 요직을 거쳤다. 그룹 기획조정실 사장, 롯데제과 사장 등이 그의 전직이다.
다만 신 대행은 신 회장 입김이 슬슬 세지면서 그룹 중심에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차츰 그룹의 주요 계열사 임원 자리에서 물러나며 그의 그룹 공식 직책은 야구단 대행이 전부가 됐다.
이후 두 신 씨는 사이가 좋을 일이 없었다. 지난 2007년 제리 로이스터(63) 야구단 감독 영입 때 신 회장 측의 입김에 끝내 신 대행 견해가 밀렸다는 것이 야구계 정설이고, 사회에 큰 파장을 부른 지난 해 롯데구단 CCTV 파문 이후로 신 회장의 측근 일부가 구단에 왔다. 그룹의 요직인 정책본부 홍보팀장 출신의 이창원(56) 롯데 자이언츠 사장도 신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그룹의 남은 직책에서마저 그의 역할이 작아진 것이다. 야구계는 신 대행이 현장에 개입하며 월권을 행사해 꽤 빈번하게 구설에 올랐던 데다 이같은 그룹 내 권력의 역학관계가 겹치면서 신 대행의 역할이 축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 대행은 지난 달 27일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탈환을 위해 신 총괄회장과 일본에 갈 때 동행해 주목받았다. 이로써 신 대행은 신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74)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 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과 함께 신 전 부회장 인사로 분류됐고, 야구단 또한 그룹 경영권 분쟁의 영향권에 들게 됐다.
◇부산 사직야구장 전경. (사진=롯데자이언츠)
대기업 계열 야구단은 그룹의 경영구조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곤 한다. 계열사의 광고·협찬을 위주로 영업하는 외적 환경과 이로 인해 마케팅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내적 요인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롯데 구단은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 중 누가 그룹의 경영권을 잡든지 간에, 혹은 그룹이 둘 또는 그 이상의 형태로 나뉘든 간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룹이 여러 개로 분할될 경우 야구단을 계열사로 누가 가져갈 것이지도 주요한 관심사다.
그나마 야구계로서 다행인 점은 신 대행 반대 편인 신 회장 또한 야구계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주 직무대행으로 장기간 야구계를 지켜봤다. 야구계에 따르면 미·일 야구에 정통한 몇 안되는 재벌가 인사로 꼽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 실행위원과 롯데 구단 자문위원을 역임했던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대형 모기업에 종속된 프로야구 다수 구단 특성상 이런 사건은 한번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야구계를 이해하는 능력있는 경영진이 구단 경영을 맡아야 한다. 이번 분쟁이 구단의 인적 쇄신의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 야구계 근심을 덜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야구계 인사는 향후 롯데 구단의 향방과 관련, "롯데 연고지인 부산은 수도권 다음의 시장이자 야구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라며 "국내에서 스포츠단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어려운 조직이라고 칭하지만, 그래도 롯데 구단은 매물로 나올 경우 사갈 곳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구단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가 이번 파문을 통해 이미지가 나빠졌다. 롯데그룹이 야구단을 계속 보유하게 된 경우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구단에 투자가 커질 것"이라며 "야구계 모두 롯데 구단을 적극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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